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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자신이 연출한 신작 장편 영화 '호프'로 관객과 만난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이후 첫 국내 공식 석상에 선 그는 "살면서 제일 겪기 싫은 순간"이라며 개봉을 앞둔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6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호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닥뜨린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SF 액션 스릴러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한 신작으로,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이 출연했다.
'호프'에서 가장 장렬한 줄기를 이루는 것은 대규모 액션 시퀀스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뉠 수 있는 작품은 끊임없이 긴장감을 전달하고, 과감한 액션으로 놀라움을 더한다. 이를 위해 나홍진 감독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안전"이었다. 그는 "촬영을 시작하기 1년 전부터 콘티를 모두 완성한 뒤 실제 촬영이 가능한지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논의했다. 스토리보드 그대로 배우들과 촬영하는 데 가장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
황정민은 "우리 셋 중 액션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럽고, 위험했던 사람은 조인성"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을의 한심한 청년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정체불명의 존재에 맞서 말과 차 위에서 위험천만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가장 어려웠다. 저뿐 아니라 차를 몰던 호연과 정민 선배까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했다"라며 "어렵게 찍은 만큼 개인적으로는 정말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생한 보람이 있는 시퀀스"라고 자신했다. 승마 액션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석 달 정도 연습했다. 말은 동물이다 보니 자동차와 달리 호흡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영화 '곡성' 이후, 황정민과의 작품을 준비하던 나홍진 감독은 '호프'로 다시 한번 만나게 됐다. 그는 호포 출장소장 범석을 두고 "황정민을 생각하며 쓴 인물"이라고 밝혔다. 황정민은 "상대 배우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라며 "감독의 요청은 있었지만,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 배우의 반응까지 계산해야 해서 나에게는 계산이 많이 필요한 연기였다"고 말했다. -
정호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하는 호포항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그는 "홍경표 촬영 감독님을 포함한 수많은 스태프 앞에서 황정민, 조인성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라며 "말로 대화하기보다는 눈빛으로 이뤄지는 대화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나도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받을 정도로 좋은 합으로 촬영을 진행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욕설 연기와 관련 "순경으로 소장님과 닮아있는 부분도 있을 거로 생각해 황정민의 전작을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가 액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는 액션을 통해 이야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화나 명확한 설명 없이 액션으로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하려 했다"라며 "조인성 캐릭터의 생존 본능, 황정민과 정호연의 첫 시퀀스에서는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의 입장이 바뀌는 감정을 액션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외계인의 서사에 대해서는 "영화가 끝난 뒤 각자 상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할 이야기는 충분히 했고, 더 하면 증언이 될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은 "몇천 번은 본 것 같다. 다시는 안 봐도 되는 그날이 오기만을 바란다"라며 "극장이 있어야 영화가 존재하고, 그 안에 관객이 있어야 영화가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이 몸을 바쳐 촬영하고, 나홍진 감독이 몇천 번을 보며 완성한 영화 '호프'는 오는 7월 15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