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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류시장, 양보다 질이 중요…책임음주가 지속가능 성장 이끌 것”

기사입력 2026.07.01 14:23
로랑 쉬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책임음주 정책 부회장 인터뷰
소버 큐리어스 확산…'양보다 질' 중심 소비문화로 전환
책임음주 문화 확산 위해 정책·기업 혁신 병행해야
  • “이제는 술을 더 많이(More)가 아니라 더 가치 있게(Better)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의 공공정책과 책임음주 전략을 총괄하는 로랑 쉬어 글로벌 부회장은 한국 주류시장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류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음주 문화와 정책, 기업 혁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쉬어 부회장은 25년 넘게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 정부를 상대로 주류 정책과 공공정책을 다뤄왔다. 현재 페르노리카의 글로벌 공공정책과 정부 관계, 책임음주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을 “책임음주 캠페인 측면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회식 문화도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소버 큐리어스 역시 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무엇을, 얼마나 마실지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균형 있고 신중한 소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 “책임 음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존 전략”

    쉬어 부회장은 책임 음주를 매출과 상충되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소비자가 제품을 책임감 있게 즐길 때 기업 역시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르노리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프랑스어로 ‘유쾌한 어울림’을 뜻하는 컨비비얼리티(Convivialité)다. 술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바라보는 철학이 기업 문화 전반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 로랑 쉬어 페르노리카 글로벌 대외협력·공공정책 및 책임음주 정책 총괄 부회장이 주류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책임음주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로랑 쉬어 페르노리카 글로벌 대외협력·공공정책 및 책임음주 정책 총괄 부회장이 주류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책임음주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그는 “과도한 음주는 소비자와 지역사회, 주류 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는 이미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프리미엄 제품과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흐름은 ‘Drink Better, Not More’라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음주는 별도의 캠페인이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자 소통, 임직원 교육, 외식업계 협력 등 기업 활동 전반에 내재된 가치”라며 “장기적인 문화 변화는 교육과 소비자의 선택권, 균형 잡힌 정책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학은 50여 년 전 프랑스에서 음주운전 예방과 폭음 감소 활동을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드링크 모어 워터(Drink More Water)’ 캠페인을 통해 음주 중 물을 함께 마시는 습관을 제안해 왔으며, 지금까지 누적 5110만 명에게 책임음주 메시지를 전달했다.

    ◇ 디지털 시대의 책임…정책과 자율의 균형

    쉬어 부회장은 책임 있는 음주 문화는 정부와 업계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자율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뒷받침하는 두 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정부는 공중보건을 보호하면서도 예측할 수 있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업계 역시 책임 있는 마케팅과 소비자 교육, 자율규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변화는 정책과 교육, 소비자의 선택권이 함께 작동할 때 가장 지속가능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로랑 쉬어 페르노리카 글로벌 대외협력·공공정책 및 책임음주 정책 총괄 부회장./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로랑 쉬어 페르노리카 글로벌 대외협력·공공정책 및 책임음주 정책 총괄 부회장./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페르노리카는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자체 책임 마케팅 기준인 CCC(Code for Commercial Communications)를 운영하고 있다. 미성년자 대상 광고 금지, 청소년 팬층이 많은 인플루언서 협업 제한 등 글로벌 기준 이상의 자율규제를 적용한다.

    그는 “디지털과 AI 기반 마케팅이 확대될수록 플랫폼, 기업, 정책당국이 함께 책임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세 체계와 관련해서는 종량세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가 가격보다 품질과 경험을 기준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산업의 품질 중심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 소비자의 선택이 바꾸는 미래 음주문화

    최근 국내에서도 논의가 이어지는 주류 경고문구 제도 개편과 관련해 쉬어 부회장은 디지털 라벨(e-label)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제한된 라벨 공간만으로는 건강 정보와 음주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라벨과 표준잔 안내를 통해 보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QR코드 활용이 일상화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도입 적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저도주와 무알코올 시장 확대 역시 같은 흐름으로 봤다. 그는 이를 기존 주류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하는 변화로 해석했다. 다양한 선택지가 공존할수록 술을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고, 책임 있는 음주 문화 역시 확산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앞으로 주류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며 “책임음주는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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