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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는 실제 경제적 부담보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불안이 더 강하게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역시 보호자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연구팀은 가톨릭대 심진아 교수와 함께 진행성 암 환자 가족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재정 독성(financial toxicity)과 사회적 관계망이 보호자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종합암네트워크저널(JNCCN, Journal of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2026년 5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8월 진행성 암 환자 가족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단일 기관 횡단면 연구다. 보호자의 중앙연령은 50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70.5%였다.
연구팀은 재정 독성을 실제 의료비와 생활비 등 ‘물질적 부담(material burden)’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심리적 반응(psychological response)’으로 구분해 평가했다. 사회적 관계망은 친구·이웃과의 교류, 사회활동 참여, 사회적 신뢰 등을 조사했으며, 연령과 소득,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보정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각 요인의 독립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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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실제 경제적 부담보다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심리적 반응이 보호자의 건강과 더 강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불안이 높은 보호자는 그렇지 않은 보호자보다 삶의 질 저하 위험이 8.35배, 불안 위험이 7.44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이 3.77배, 우울 위험이 2.81배 높았다.
반면 실제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 등을 반영한 물질적 부담은 우울 위험을 2.67배 높이는 것과만 독립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사회적 고립 역시 보호자 건강을 위협하는 독립적인 요인이었다. 친구와의 교류가 월 2회 미만인 보호자는 삶의 질 저하 위험이 2.36배 높았으며, 종교·여가·봉사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보호자는 우울 위험이 3.77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이 3.32배, 불안 위험이 2.49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보호자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사회적 관계망이 재정 독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심진아 교수는 “암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단순한 의료비 지출이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환자를 넘어 가족까지 고려하는 통합적 암 치료와 지원 정책 마련의 근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비룡 교수와 유신혜 교수는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자신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연결과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진행성 암 환자 가족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단일 기관 횡단면 연구로, 경제적 불안과 삶의 질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 특성상 인과관계를 직접 규명할 수 없으며, 연구 대상이 단일 상급종합병원 보호자로 제한돼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사회적 자본 측정이 자기 보고식 설문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PACE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진은 이해상충이 없고 연구비 지원기관도 연구 설계와 자료 수집, 분석, 논문 작성 및 출판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