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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구를 설명하는 것 중에 '귀여움'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 굵은 얼굴선으로 각인되어 있던 그가 무대 위에서 윙크하며 랩을 한다. 영화 '와일드 씽' 속 상구는 분명히 현장에서도 구석진 곳에만 있었을 것 같은 '엄태구'에게 많이 기대어 웃음을 유발한 캐릭터다.
상구는 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로 데뷔했다. 팀이 해체된 후, 래퍼로서 솔로 앨범까지 발매했다. 부모님이 빚을 내서 상구의 꿈을 밀어줬다. 하지만, 그것이 좌절되고 랩 실력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 설계사가 됐다. 더이상의 빚을 지면 안되는 상황, 그 속에서 상구는 절실하게 트라이앵글의 복귀 무대를 향해 간다.
'와일드 씽'의 트라이앵글 'Love is'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을 때, 대중은 '저 내향인들이 저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 건지 감도 안 옴', '엄태구씨 얼만큼 성공하고 싶은지 가늠도 안 된다.', '엄태구 올해 모든 혼을 여기다 다 썼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회수 331만 회가 돌파할 정도로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하면서다. -
엄태구가 '와일드 씽'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대본이 재미있었고,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여기에 강동원이라는 이름도 컸다. 그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저 말고 누군가가 했어도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을 미팅했는데 너무 좋으셨고 부드러우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갔을 때 현우 역에 강동원 선배님이 캐스팅돼 있었다. 강동원 선배님과 더 해보고 싶었다. 선배님이 춤을 추시고 제가 랩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강동원과는 영화 '가려진 시간' 이후 약 10년 만의 재회다. 당시에는 서로 말이 없어 가까워지지 못했다고 회상한 엄태구는 이번에도 "성공 못 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은 있었다. "그때는 선배님 번호도 몰랐는데 이번에는 문자도 드렸다. 처음 문자 드릴 때 한 시간 동안 썼다 지웠다 했다. 저에게는 대선배님이고 떨려서 조심스럽게 보냈던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선배님이 되게 따뜻하게 보내주셔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상구의 무대 위 귀여운 표정과 윙크는 계산된 설정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엄태구는 "거울 보고 연습한 적은 없다. 원래는 그렇게 귀여운 척하는 게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가발과 의상을 입어보고 안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상구가 귀엽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맞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이 '내가 지금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라는 마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귀여운 척은 다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윙크도 그렇게 상구의 일부가 됐다. 그는 "즐기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하다 보니 나온 게 윙크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귀여운 척이 한정적이어서 윙크만 계속 생각났다. 다른 장면을 찍을 때도 이건 상구 캐릭터로 가져가자 싶었다. 윙크를 연속으로 하는 게 캐릭터와 연결된 것 같다"라고 했다.
그가 가장 붙잡은 건 '상구가 무대 위에서 논다'라는 감각이었다. 엄태구는 "저도 진짜 놀고 싶었다. 4~5살 때 막 춤추고 놀 때 있지 않나. 그때처럼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 진짜 즐기면 분명히 전해질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텐션이 올라가고, 진짜로 즐길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상구는 한때 래퍼를 꿈꿨지만, 실패 후 보험 설계사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엄태구는 상구의 동력에 대해 "기질도 있는 것 같고, 랩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도 연기를 포기 안 했다. 상구는 대본에도 나오지만, 엄마, 아빠가 큰 영향인 것 같다. 아빠가 빚을 내서 앨범을 내주지 않나. 보여주고 싶은 대상이 대중도 있지만 엄마, 아빠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랩, 엄마, 아빠가 상구에게는 전부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엄태구 자신에게도 포기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10년 전 인터뷰에서 많이 말씀드렸던 '밀정' 전이다. 그전에는 너무 많이 그만하려고 생각했다. 성향도 안 맞고 적응을 항상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밀정' 이후 달라졌다. "대중에게 알려지고 안 알려지고의 문제보다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이 직업을 잘못해 오지 않았고, 계속해 나가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했다.
엄태구에게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너무 어렵습니다. 지금도 촬영 중이다. 어제도 촬영했다. 항상 느끼는 건데, '마음 편하게 가야지'라고 생각했다가, '정말 쉬운 컷이 하나도 없다'라고 매번 느낀다. 매 순간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해낸다.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엄태구는 "'와일드 씽'을 꼭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희가 열심히 하면 많이 웃으실 것 같았다. 많이 웃겨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것 같고, 하면 그래도 무언가 일어나지 않나. 해보고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 마음가짐이 상구를 완성했고, 배우 엄태구의 길을 이어가게 한다. 그렇게 진지한 노력은 관객에게 무언가로 닿기 위한 길 위에 놓여있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