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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이번엔 세기말 감성을 품은 히어로 캐릭터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아역부터 시작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인도의 디바', '하이퍼 나이프'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의 '은채니' 역을 맡아 또 한 번 한계 없는 도전에 나섰다. 전편 동시 공개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설렘과 고민을 동시에 마주한 박은빈은, 자신만의 '캐릭터 노트'를 꽉 채워갔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존경하는 유인식 감독 및 현장 스태프들과의 완벽했던 호흡을 진솔하게 전했다.
Q. '원더풀스'를 공개한 소감
"사실 오래 걸린 작품이었고, 막상 세상에 공개될 때까지를 되돌아보니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하기로 마음먹고 감독님과 덧붙여 갔던 과정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제 작품 중에 오리지널 전편을 한 번에 공개하는 건 '원더풀스'가 처음이다. '하이퍼 나이프' 때도 OTT이긴 했지만, 한 주에 두 편씩 공개가 됐었는데, '원더풀스'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보여드리게 됐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언제 캐릭터를 보내주고 작품과 좋은 안녕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Q. '은채니' 캐릭터 준비 과정도 궁금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 노트를 쓴다. 역할마다 다르게 접근할 때도 있는데, 은채니는 만화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은채니'하면 떠오를 수 있는 톤을 만들고 싶었다. 노트 속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인물', '다소 괴팍한 확실한, 자아가 세 보이는', '무신경하고 투명해 보이는 기본값으로 개차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싶다', '자신만의 흐름을 공고히', '읽히지 않는 수로 같은' 등을 적었다. 이런 느낌으로 채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
Q. 은채니의 세기말 패션과 히어로 제스처도 캐릭터의 시그니처였다. 배우의 의견이 들어간 부분이 있을까.
"일단 스타일적으로는 채니가 해성시의 개차반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새로운 삶을 얻고 발랄해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차반'이라는 명성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뿌리 염색이 안 된 헤어 피스나 가발을 떠올렸다. 뒷모습, 옆모습만 봐도 등짝 스매싱을 부를 것 같은 모습이길 바랐다. 또 10시 20분 똥 머리도 제가 의견을 냈다."
"히어로 제스처는 원래 '두세 번째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붙인다'라고 대본에 적혀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새로운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채니는 락앤롤, 펑크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세기말 감성과 더불어 마이웨이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찾아보다가 중지과 약지를 접는 핸드 사인이 '아이 러브 유'라는 뜻이라고 해서 감독님께 컨펌을 받고 넣게 됐다."
Q. 평소 바른청년 이미지를 가진 배우인데, 극 중 채니는 정반대 인물이다. '나라면 절대 못할 채니의 행동'이 있다면.
"개진상 아저씨를 너무나 친구처럼 대하는 점이다. 그렇게 어른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게 채니의 매력이라고 느껴졌다. 위아래 없이 보여도 마음이 통하니까 서로를 챙기지 않나. 그런 지점이 감동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다."
"고양이이고 싶었으나 똥강아지 같은 채니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웃음)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채니가 고양이처럼 자기중심적인 모습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나눴는데, 그걸 제가 구현하다 보니 똥강아지처럼 보인 것 같다." -
Q. 글로벌 흥행을 이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과 재회작이기도 하다. 다시 호흡을 맞춰 본 현장은 어땠나.
"유인식 감독님을 '우영우'를 통해 처음 만나 뵀지만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이 됐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어른이시다. 예전에는 작품의 방향성이나 배우로서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이제는 인간 어른에게 물음을 청하고 싶을 때 찾게 된다. 저에게 참 좋은 어른이 생겼다는 마음이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
"연출팀부터 '우영우' 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다. 저도 이런 현장은 처음이라 되게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이 캐릭터에 너무 녹아들어서 궁합이 좋았다. 서로가 서로의 캐릭터에 몰입해서 발산하는 에너지와 애드리브, 액션과 리액션이 첨예하게 오가는 합을 감히 찰떡궁합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Q. '원더풀스'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데.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일단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이제 공개됐고, 얼마만큼 누적된 애정을 보여주시느냐에 따라 시즌2가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 뒷이야기는 뒤에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2가 나온다면?
"저는 '우영우'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즌2가) 무엇을 위함인가'라고 이유를 물었을 때 답변이 확실해야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것 같다. 스스로도 설득이 안 되면 (출연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제가 소중히 여기는 만큼 분명 감독님, 작가님도 같은 마음이실 거라 생각한다." -
Q. 전작 '우영우', '무인도의 디바', '하이퍼 나이프'에 이어 '원더풀스'까지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을 연달아 선택하고 있는 이유.
"감사하게도 다양한 작품을 많이 보내주셔서 그중에 타이밍과 운과, 그 당시 제 끌림으로 작품을 선택해 왔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저는 언제부터인가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다양한 직업을 맡아보고 하는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 도전하는 역할을 많이 하냐고 물으실 때가 있는데, 저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스스로 도전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는 건 아니고 한 번 시도해 보는 거라 여기면서 '나에게 뭐가 더 잘 어울리는지' 알아가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Q. 30대 중반 나이에 비해 경력이 상당하다. 아역부터 시작해 주연 배우로 성장했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까.
"제가 이제 만으로 서른셋인데 어리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사실 저는 현장에서 어른들과 있을 때도 편하고, 제가 맏이여도 위화감을 잘 안 느낀다. 상대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들이 항상 있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저 스스로도 좋은 영향을 받고 변곡점을 맞는다. 저도 작품을 대표하게 될수록 나를 더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앞으로도 그런 지점을 제가 해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
Q. 박은빈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뭘까.
"조금 재미없는 대답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작품 공개될 때마다 설렘과 겸손함이 든다. 작품을 대표하는 입장이 될수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공개된 후에는 관객분들의 몫이니까, 저는 그저 열심히 촬영하고 홍보를 할 뿐이다. 공개되고 나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게 된다."
Q. '원더풀스'를 아직 보지 못한 예비 시청자들에게.
"제가 처음 생각한 '원더풀스'의 타겟은 현실의 복잡함을 잊고 싶은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작품을 봐주시고 웃어주시면 다행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모지리들에게 정이 가는 순간, '원더풀스'의 매력에 충분히 빠지실 수 있을 거다. 그 시절만의 향수도 분명히 남으실 거다.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으니 여러모로 복합적인 장르로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거다. 꼭 봐주시면 좋겠다."
30대 중반의 나이, 매번 '도전'이라 불리는 강렬한 캐릭터들을 마주하면서도 박은빈은 이를 그저 "나에게 무엇이 더 잘 어울리는지 알아가는 감사한 과정"이라며 겸손하게 미소 지었다. '원더풀스'를 선보인 박은빈은 차기작 '오싹한 연애' 촬영에 한창이다. 이번에는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 역할을 맡아 또 다른 박은빈의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은빈이 출연한 '원더풀스'는 넷플릭스에서 전편 확인할 수 있으며, 그의 차기작 '오싹한 연애'는 오는 7월 18일 tvN에서 첫 방송한다.
- 이우정 객원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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