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일반

"1만대 로보택시보다 1000만대 스마트카"… 완성차, 자율주행 '수익화' 정조준

기사입력 2026.05.27 10:24
  •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시계추가 '미래의 환상'에서 '현실의 수익'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수백조원이 투입된 실리콘밸리의 레벨 4(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프로젝트들이 기술적 한계와 규제의 벽에 부딪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사이, 글로벌 완성차(OEM) 업계는 당장 돈이 되는 '대중형 주행보조(ADAS)'로 전선을 재구축했다.

    이러한 기조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율주행 산업의 쇠퇴를 우려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정반대다. 이는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 실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진정한 대중화'이자 '폭발적 팽창'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과거 레벨 4 기술은 소수의 값비싼 특수 차량에만 적용되는 '과학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반면, 최근 OEM들이 집중하는 고도화된 레벨 2+ 및 레벨 3 시스템은 연간 수천만대가 생산되는 글로벌 볼륨 모델(대중 양산차)에 기본 탑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1만대의 좁은 시장'에서 '1000만대의 거대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투자 시장에서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 평가' 방식을 두고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IT나 모바일 앱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매출이 찍히는 구조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특유의 길고 묵직한 'J커브' 호흡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에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탑재되기 위해서는 보통 3~4년의 혹독한 개발 용역(NRE) 및 검증 기간을 거친다. 이 NRE 구간에서는 기업들이 막대한 R&D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일반적인 IT 투자 잣대로 보면 '불확실성이 높고 최소 주문 수량(MOQ)이 보이지 않는 위험한 시기'로 오판하기 쉽다.

    하지만 이 뼈를 깎는 '양산 검증(SOP)'의 계곡을 넘어서는 순간 상황은 180도 역전된다. 기술이 실제 차량에 탑재돼 글로벌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소프트웨어 특성상 차량 판매 대수만큼의 '양산 로열티(MP) 매출'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현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장의 리딩 기업들은 길었던 NRE 터널을 지나, MP 매출이 NRE를 압도하며 이익이 수직 상승하는 J커브의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는 과거의 재무제표에 찍힌 적자 규모보다, 향후 몇 년간 몇천만대의 양산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두었는지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정량 지표"라고 설명했다.

  • 스트라드비젼 로고 / 스트라드비젼 제공
    ▲ 스트라드비젼 로고 / 스트라드비젼 제공

    국내 대표적인 차량용 비전 인공지능(AI) 기업 스트라드비젼의 궤적이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화려한 단기 실적이나 과시성 데모 대신, 가장 험난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양산 프로세스를 뚫는 데 수년을 매달렸다.

    그 결과물이 현재 누적 500만대를 돌파한 글로벌 차량 탑재 실적이다.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수년 뒤 도로를 달릴 수천만대의 차량에 자사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탑재되도록 이미 거대한 댐을 건설해 놓은 것이다. 자율주행 시장이 캐즘을 넘어 본격적인 수익화 구간에 진입한 지금, 글로벌 양산의 첫 관문을 통과한 선도 기업들의 폭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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