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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서울 주요 호텔들이 일제히 여름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루프탑을 열고, 야외 행사를 예고하고, 수영장 개막 일정을 앞당겼다. 개별 호텔의 판단이 아니라, 업계 전반이 같은 방향을 동시에 읽고 있다는 신호다. 배경에는 항공권 가격과 유류할증료 인상이 자리한다. 올해 여름 동남아·일본 등 단거리 노선의 왕복 항공권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비슷한 비용으로 서울 도심 고급 호텔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여름 호텔업계의 스테이케이션 상품은 수영장 단일 콘텐츠에서 미식·이벤트·야간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 구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인당 비용이 낮지 않지만, 왕복 항공권과 현지 숙박비를 더한 해외 단거리 여행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구조다. 서머 시즌이 본격화되는 6월 이전, 지금이 비교적 예약 여유가 있는 시점이다.
5월부터 시작하는 얼리 서머 경쟁
여름 시즌의 시작점이 빨라졌다. 서울드래곤시티는 5월 15일 스카이킹덤 34층에 루프탑 공간 '카바나 시티'를 오픈하며 여름 시즌에 먼저 진입했다. 이 공간은 수영장·다이닝·휴식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은 구조로, 얼리 서머(5월 15일~6월 18일) 기간에는 수·토 오후 3시 30분~10시 운영하며 루프탑 다이닝 위주로 운영된다. 6월 19일 서머 시즌이 시작되면 매일 오전 11시~오후 10시로 운영이 확대되고 수영장도 함께 열린다.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다이닝 패키지는 2인 기준 14만 원이다. 시간대별로 공간 콘셉트를 바꾸는 방식도 눈에 띈다. 오전 11시~오후 4시는 가족 단위를 겨냥한 데이 라운지, 오후 6~8시는 디너 세트와 해피아워, 오후 8시 이후에는 DJ 라운지로 전환된다. -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호텔별 얼리 서머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한강 야경이 보이는 럭스바에서 피시앤칩스와 맥주를 묶은 '서머 페어링' 패키지를,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타코·생맥주 조합의 '저스트 서머' 패키지를 내세웠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브라우니·콩고물 빙수 중 택일하는 패키지로 방향을 달리했다. 세 호텔 모두 레스토랑 10% 할인, 실내 수영장·피트니스 무료 이용 혜택을 공통으로 제공하며 야외 수영장 개장 이전 수요를 먼저 확보하는 전략이다.
제주신라호텔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사일런트 풀 파티'를 올해 규모를 키워 운영한다. 6월 13일부터 8월 말까지 매일 밤 9~10시 30분, 성인 전용 야외 수영장 어덜트 풀에서 진행된다. 헤드셋을 착용해 음악을 개별적으로 즐기는 방식으로, 수영장의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야간 활용도를 높이는 구조다. 올해는 기존 선베드 외에 쁘띠 카바나까지 이용 공간을 넓혀 좌석 선택의 폭을 키웠다. 입장 시 무선 헤드셋·샹동 스프리츠 칵테일 2잔·트러플 한치 튀김 등이 제공되며, 해당 프로그램이 포함된 객실 패키지도 별도 운영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6월 3일 야외 수영장을 열고 9월 27일까지 운영한다. 남산 중턱이라는 입지 덕분에 도심 전경과 산의 녹음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구조로, 매년 서울 내 야외 수영장 중 예약이 빠른 편에 속한다. 수영장과 별개로 6월부터 9월 말까지 매주 수~일요일 풀사이드 바베큐를 운영한다. 그릴 바베큐·샐러드·디저트·음료가 포함된 구성으로, 도심보다 기온이 낮은 남산 저녁 기후가 야외 다이닝의 실질적인 이점으로 작용한다.
수영장 없이도 여름 시즌 상품을 구성하는 방식도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전 세계 포시즌스 호텔이 동시 전개하는 글로벌 캠페인 '101일의 여름'에 맞춰 국내 제철 식재료 기반의 디저트·음료 라인업을 내놓았다. 1층 마루에서는 국내산 팥·배 컴포넌트를 사용한 클래식 빙수와 제주산 애플 망고 2개 이상을 사용한 망고 빙수를 5월 1일부터 운영 중이며, 두 메뉴 동시 주문 시 10% 할인이 적용된다. 15층 가든 테라스에서는 5월 15일부터 제철 과일 선데를, H. Bar에서는 6월 1일부터 국내산 진에 급속 냉동 수박을 올린 시즌 한정 진토닉을 선보인다.
야외 와인 행사, 단기 이벤트로 시즌 수요 공략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5월 16~17일 양일간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에서 '선셋 마켓'을 개최한다. 평소 회원·투숙객에게만 열리던 공간을 이틀간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로,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 10곳이 참여해 약 150종의 와인을 무제한 시음 방식으로 선보인다. 라이브 공연과 DJ 퍼포먼스가 해질녘부터 이어진다. -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5월 30~31일 850평 규모 야외 정원 '벨타워 가든'에서 '제23회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를 연다. 올해 테마는 살바도르 달리의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은 'The Wines of Gala'로, 주한 스페인 대사관 경제상무부 ICEX와 협업해 스페인 와인 중심의 프로그램을 꾸렸다. 16개 수입사가 참여해 200여 종의 와인을 선보이며, 이베리코 스테이크·감바스·깔라마리 등 미식 메뉴와 라이브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된다. 23년째 이어온 행사로 매년 1천 명 이상이 찾는다.온천·숲을 엮은 웰니스형 스테이케이션
도심 호텔과 다른 방향으로 여름 수요를 겨냥하는 시설도 있다. -
금호리조트가 운영하는 충남 아산의 아산스파비스는 100% 천연 온천수를 활용한 사계절 워터파크로, 5월 1일 75m 규모 파도풀을 열며 여름 시즌에 돌입했다. 2025년 이용객이 전년 대비 약 14% 늘었으며, 이번 시즌에는 남녀 노천탕 리뉴얼과 파도풀 바닥 전면 도장을 완료해 안전 환경을 정비했다. 20여 종의 광물질과 중탄산나트륨이 포함된 온천수를 바탕으로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내세우며 웰니스 여행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아쿠아스낵바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자담치킨'을 새로 입점시켰다. 인근 글램핑 시설 아산스파포레 투숙객은 전용 게이트로 아산스파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온천과 캠핑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은 체류가 가능하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