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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모였다.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엑시트'로 942만 명의 관객을 모은 이상근 감독과 '세계의 주인'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감독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이다. 여기에 엄태화, 유재선, 이옥섭, 이종필, 이충현, 장재현, 조성희, 한준희 감독이 집행위원으로 함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극한 직업'으로 1,626만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 '만약에 우리'로 2019년 이후 멜로 장르 최고 기록을 세운 김도영 감독 등이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심사 위원으로 합류했다. 이들을 비롯해 김형주, 오승욱, 이옥섭, 남궁선, 홍의정, 김병우, 박누리 감독이 심사 위원으로 함께한다.
'한국 영화의 위기.' 이 말은 팬데믹 이후 몇 년째 반복되는 말이다. 관객은 극장을 떠나고,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 환경은 짧고 빠른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됐다. 영화 관객 수라는 성적표를 중심에 두고 “한국 영화의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왕과 사는 남자'가 1,684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다시 뜨겁게 달군 것처럼, 여전히 누군가는 극장을 찾고, 또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은 '미장센단편영화제'에 모이고 있다. 그 힘은 뭘까. 유선상으로 만난 이상근 감독과 지난 3월 18일 영화 '극장의 개봉들' 개봉 당시 인터뷰로 만난 윤가은, 이종필 감독의 말들을 다시 꺼내 본다. -
"나를 증명해 주던 곳…인공호흡기 같은 느낌."
이상근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2004년, 2006년, 2010년까지 무려 3번이나 수상했다. 이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처음 갔던 영화제"이자 "꿈꾸던 세계를 갔다 온 느낌"이라고 기억했다. 당시 이 감독은 감독의 길을 가야 할지, 취직 준비를 할지 기로에 서 있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그를 '여기'라고 잡아끈 것은 '미쟝센단편영화제'였다. 이 감독은 "나에게 증명이 필요한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 엄청난 서포트를 해준 존재"라며 "자부심도 있었고, '나를 여기 끼워준다니 좋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계속 이렇게 사람들에게 내 영화를 보여주고, 관객이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찼다"라고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2021년 '제20회' 이후 4년 동안 멈춰있었다. 지난해 '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금의 집행위원장들이 함께 준비한 결과였다. 그리고 올해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로 그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감독 7명이 동아리같이 시작했다. 같이 만들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잘 모여서 출발이 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감독들이 섬 같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가교 같다. '여기 아름다운 섬 좀 보세요'라고 마을 축제를 만드는 기분이다. 두근두근함이 있다"라고 현재의 마음을 덧붙였다. -
"낭만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영화가 왜 필요하지'라는 질문"
윤가은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대해 오랜 시간 애정을 품어왔다. 자신의 영화 '우리들'이 개막작이 되는 꿈까지 꿀 정도였다. 그는 다른 것보다 '영화'에 대한 질문을 오랜 시간 홀로 해왔다.
윤 감독은 지금의 시대를 “쉽고 빠르고 편한 어떤 것을 향해 가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영화만큼은 다른 경험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영화를 경험한다는 건 때로는 불편함과 불쾌함, 힘들고 어려운 감정을 경험하는 일일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단순히 빠른 도파민이나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경험 자체를 다시 발견해야 하는 시점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결국 같은 말일 수도 있지만, 관객이 어떤 걸 좋아할까보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된다”라는 말에는 영화제를 향한 애정 이상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
"해 나가면 되겠구나…그 열기의 현장에 나도 맴돌고 싶다"
이종필 감독 역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느낀 건 “위기”보다 “열기”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면식도 없던 장재현 감독('파묘', '검은 사제들' 등 연출)에게 "이리 와요"라는 연락을 받고,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집행위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리고 "영화제를 통해서 만난 상대적으로 젊은 창작자들을 보며 되게 뭉클해졌고, 많이 배웠고, 되게 재미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한국 영화의 위기를 고민해 보자고 했던 시기도 있었다. 영화제가 그 위기를 극복하는 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또 이들이 희망이다. 그냥 위기의식을 갖고 이렇게 해 나가면 되겠구나, 이렇게 뜨겁게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속 나타나 주는 구나, 그 열기의 현장에 나도 좀 맴돌고 싶다, 얼쩡거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라고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
"누군가의 영화를 지지하는 것이 옮음에 대해 물러설 수가 없다"
이상근 감독의 말처럼 "감독들은 섬 같고,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그 가교" 같다. 특히 심사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대상을 심사하는 시간은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전통이고 자부심이다. 윤 감독은 "감독들이 각자 자영업 하는 사람들이라 만날 기회도 없고, 개개인이 있으면 되게 외롭다. 그런데 영화제에서 심사할 때 너무 재미있다. 진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라며 "덜 외롭게 하는 것 같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상근 감독 역시 "누군가의 영화를 지지하는 것이 옳음에 대해 주장한다. 남의 영화를 이렇게까지 항변하며, 지지하고, 이런 과정이 진짜 재미있다. 물러설 수가 없다. 정말 치열하게 결정하고, 선택한다"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5개의 섹션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적 관점을 다룬 '고양이를 부탁해' 섹션(심사위원 김도영, 김형주 감독) ▲로맨스·멜로 장르를 담은 ‘질투는 나의 힘’ 섹션(심사위원 오승욱, 이옥섭 감독) ▲코미디 장르를 담은 '품행제로' 섹션 (심사위원 이병헌, 남궁선 감독) ▲공포·판타지 장르를 담은 '기담' 섹션 (심사위원 황동혁, 홍의정 감독) ▲액션·스릴러장르를 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섹션 (심사위원 김병우, 박누리 감독).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은 각 섹션의 최우수작품상 중 1편을 심사위원 전체가 만장일치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주어진다. '만장일치'라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인지, 각 섹션의 심사를 맡은 감독들의 치열한 싸움 때문인지, 4년 만에 부활한 지난 2025년에도 대상작은 없었다. 매 해 '미쟝센단편영화제'의 대상작이 나올까? 시선이 쏠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영화제에는 총 1,667편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44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사단법인 넥스트디렉터스가 주최, 씨네21(주)(대표이사 장영엽)가 주관한다. 올해의 메인 후원사는 넷플릭스이며, 미디어파트너 네이버(주)(대표이사 최수연)는 콘텐츠 창작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관객 저변 확대를 지원한다. 영화제는 오는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총 6일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