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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을 찾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난달 열린 '2026 오토 차이나' 현장에서 느꼈던 공기는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인파와 1400대가 넘는 신차들 사이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들려온 키워드는 단연 '중국'이었다. 과거처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 발표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개막식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강조한 "In China, For China, To Global(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이라는 표현은 전시장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구호가 산업 전반을 관통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지만, 지금은 그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시선은 이미 중국 시장에 깊이 고정돼 있었다. 세계 연간 신차 시장이 약 1억대 수준인 가운데 중국은 3000만대 이상을 소화하는 단일 최대 시장이다. 독일 폭스바겐이 1978년 중국에 진출하고, PSA(현 스텔란티스)가 1985년 합작법인을 설립한 이후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 공략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모터쇼에서는 중국 기술 활용과 중국 생산 글로벌 수출이 더 자주 언급됐다. 한 유럽 완성차 고위 관계자가 "디자인과 주행 감각은 우리가 앞서지만 커넥티비티와 인공지능(AI)은 중국 협력사의 기술이 매우 앞서 있다"고 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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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의 위상 변화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과거 현대차는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21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BYD, 상하이자동차, FAW 등 현지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폭스바겐 역시 오랜 기간 유지해 온 1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현장에서 느낀 또 하나의 변화는 역수출 전략이었다.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해 내수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중국에서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내보내겠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중국 합작사에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 권한까지 맡기며 생산과 개발 중심을 현지로 옮기고 있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책적 기반과도 맞물린다. 중국 정부는 완성차 기업의 현지화를 유도하기 위해 오랫동안 합작사 지분 구조(50:50)를 유지해 왔고, 이를 통해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해 약 71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며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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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역시 중국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전동화 브랜드를 새로 구축하고 콘셉트카를 공개했으며, 향후 3년간 전기차 및 EREV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혼다는 중국 생산 모델을 일본에 투입했고, 기아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EV5를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상하이 공장을 글로벌 수출 허브로 활용 중이다.
전시장 한편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유럽 등 외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생산 거점을 활용하지 않으면 글로벌 리스크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이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까지 갖춘 시장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2026 오토 차이나는 단순한 신차 전시회라기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한 자리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들리던 '중국에서 세계로'라는 표현은 이제 구호라기보다 업계가 실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변화의 방향에 가까워 보였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