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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특정 세대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자산입니다.”
지난 4일 오전, 광릉숲 국립수목원 입구. 행사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숲 초입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냇지오 하이킹클럽’ 개막식에서 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숲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이 인식의 변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려는 취지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국토녹화기념탑에 대한 설명도 함께 진행됐다. 1992년 제막된 이 시설은 전후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추진된 치산녹화사업의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현재의 숲이 형성된 배경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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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더네이쳐홀딩스가 전개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 마련했다. 제품 중심이던 브랜드 경험을 자연 체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모집 단계부터 관심이 몰렸다. 180팀 정원에 2272팀이 지원했고, 신청 인원은 6900여 명에 달했다.
행사 취지에 대해 박영준 내셔널지오그래픽 대표는 “이번 하이킹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 숲의 소리와 공기, 향기와 풍경을 오감으로 느끼며 자연을 더 깊이 경험해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숲길로 들어서자 ‘걷기’보다 ‘멈춤’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나무 아래에서 움직이는 작은 곤충 하나에 아이가 발걸음을 멈추자, 뒤따르던 가족도 함께 속도를 늦췄다. 아이는 한동안 몸을 숙인 채 눈높이를 맞춰 관찰했고, 보호자는 그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비슷한 장면이 숲 곳곳에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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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참가자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했다”며 “화분 만들기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이 많지 않은데, 오늘은 오래 머물러 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온 참가자는 “자연 속에서는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고 했고, 연인과 방문한 참가자는 “걷기보다 함께 머문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혼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주변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행사가 열린 광릉숲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보호 산림이다. 이날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일부 구간도 제한적으로 개방됐다. 참가자들은 평소 출입이 어려웠던 숲길을 걸으며 발걸음을 늦췄고,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프로그램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스탬프 미션을 따라 숲을 순환하는 동선을 이동했다. 이동과 체류가 반복되는 구조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속도’보다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모습이었다. 안내 방송이 흐르는 사이로 참가자들의 대화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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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포레스트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숲속 의자에 앉아 바람 소리와 흙냄새에 집중했고, 컬러 헌팅에서는 주변의 색을 찾아 나섰다. 일부 구간에서는 다음 체험으로 이동하기보다 한 자리에 머무르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팟(Pot)-업 스토어에서는 모종을 받아 화분을 꾸미는 체험이 진행됐고, 숲속 레스토랑에서는 뻥튀기 등 간단한 간식이 제공됐다. 포토 스튜디오에서는 ‘수목원의 봄’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이어졌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참가자들에게 식사가 제공됐다. 그러나 일부는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숲길 가장자리나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대화를 이어가거나, 잠시 눈을 감고 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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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운영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행사 초반 일부 체험 구간에 인원이 몰리면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 참가자들은 체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취지는 좋지만 여유 있게 즐기기에는 동선이 다소 빡빡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시간대별 분산 운영이 이뤄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제품’에서 ‘경험’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을 보여준다. 자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머물고 체감하는 공간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다만 이러한 경험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현장 운영의 정교함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측은 “자연과 탐험의 가치를 경험으로 확장하는 단계”라며 “자연을 소비가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