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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고혈압 환자 1,300만명 시대…관리 사각지대를 낳는 일차 의료의 공백

기사입력 2026.05.06 06:30
일차 의료의 재설계, 디지털이 마중물이다 ①
  •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5년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60만명이며, 대한당뇨병학회 2024년 기준 당뇨병 환자는 약 530만명 수준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만성질환 전체 진료비는 연간 약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1인당 진료비는 전체 평균의 약 2.4배 수준으로, 만성질환 관리 부담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구조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AI 생성
    ▲ 이미지=AI 생성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생활 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제한된 진료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관리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한계는 단순한 진료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일차 의료 체계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역할 변화와도 직결된다.

    병원 안 3분, 병원 밖 23시간 57분

    현재 일차 의료는 내원 시점의 상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환자는 병원을 방문해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고 처방받지만, 진료 이후의 대부분 시간은 의료 시스템 바깥에 놓인다.

    그러나 만성질환의 경과는 병원 안이 아니라 일상에서 결정된다. 식사, 운동, 수면, 복약 여부 등 생활 전반에서 상태가 변동하고, 이 과정이 질환의 악화와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병원 밖 시간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의료진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료실에서 확인되는 수치는 특정 시점의 단면에 불과하고, 환자의 실제 상태를 연속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보다 간헐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인다.

    이것이 일차 의료에서 지적되는 ‘데이터 공백’이다. 이 공백은 기술의 부재라기보다, 의료 체계의 구조적 한계와 관련된 문제로 해석된다.

    관리되지 않는 환자는 왜 생기나

    데이터 공백이 지속되는 구조에서는 환자 관리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환자는 스스로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약을 먹고, 생활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의료진과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진료실에서 확인되는 수치와 실제 생활 속 상태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연속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환자는 자신의 관리 방향이 적절한지 지속적으로 점검받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현재 일차 의료 구조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한 이후에야 의료 개입이 이루어지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는 지속 관리가 아니라 사후 대응에 가까운 방식이다.

    결국 관리되지 않는 환자는 개인의 관리 부족이라기보다,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주치의 제도는 왜 작동하지 않나

    정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을 통해 일차 의료에서의 관리 기능 강화와 주치의 역할 확대를 추진해 왔다. 환자의 상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질환 악화를 예방하는 역할이 일차 의료에 요구됐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은 일관됐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관리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핵심 원인은 앞서 언급한 데이터 공백에 있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면 병원 밖에서 발생하는 건강 정보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수집되거나 진료 흐름과 연계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치의는 환자의 경과를 관리하기보다, 내원 시점의 상태를 평가하는 데 머물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치의 기능은 지속 관리 체계라기보다 내원 중심 진료의 연장선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주치의 역할이 충분히 작동하기 위해 의료진의 노력이나 환자의 참여 이전에,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연속 데이터가 확보된 환경에서는 주치의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야간에만 혈압이 상승하는 패턴이나 특정 시간대의 혈당 급락과 같이, 진료실 방문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이상 징후를 더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은 증상이 악화한 이후가 아니라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관리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연속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주치의가 환자의 일상을 파악하고 판단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 밖 데이터, 왜 진료실로 들어오지 못하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와 디지털 관리 플랫폼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일차 의료기관으로 확산해 실제 진료와 관리로 이어지기에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네 의원 중심의 일차 의료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구조로, 추가적인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단까지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또한 기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의 연계가 충분하지 않아, 병원 밖 데이터가 진료 흐름 안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여기에 환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따른 책임과 보상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병원 밖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진료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현재의 변화는 데이터 수집 확대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 관리 구조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를 진료 흐름에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만성질환자가 늘고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이 공백이 의료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병원 밖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제 진료와 관리에 연결하는 구조는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헬스 기술이 일차 의료의 운영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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