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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 "다큐멘터리, 더 주관적 작업"…'낮은 목소리2'의 현재형 질문 [27th JIFF 현장]

기사입력 2026.05.03.18:49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J 스페셜클래스’ 현장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J 스페셜클래스’ 현장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변영주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2’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의 본질과 창작 과정을 직접 풀어냈다.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CGV전주고사 1관에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J 스페셜클래스’가 진행돼 변영주 감독과 윤가은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상영된 ‘낮은 목소리2’ 이후 이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과 연계된 자리로, 작품 해설과 제작 비하인드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 창작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전했다.

    모더레이터로 나선 윤가은 감독은 “이 작품을 관객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처음이라 긴장된다”라면서도, 변영주 감독의 작업 세계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10대 시절부터 변 감독의 작품을 접해왔다고 언급하며, ‘낮은 목소리2’에 대해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다양한 레이어가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대화의 중심에는 ‘낮은 목소리2’가 놓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제작된 지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형의 질문을 던졌다.

  • ‘낮은 목소리2’ 스틸컷 /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낮은 목소리2’ 스틸컷 /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변영주 감독은 해당 작품의 출발에 대해 “이분들에 대한 작품을 찍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데 ‘뭘 찍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와 비슷한 시기에 나눔의 집을 자원봉사처럼 방문하게 됐다”라며 “그곳에서 영화 일을 한다고 했더니 바로 쫓겨났고, 그 순간 오히려 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아오다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어떤 상태가 되는지, 왜 더 분노하게 되는지를 보고 싶었다”라며 “그래서 과거보다는 할머니들의 지금을 찍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변 감독은 “10년 동안 3부작을 만들면서 이 할머니들에게 영화가 삶에 어떤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아니었다. 나 역시 이 할머니들 삶의 어떤 순간을 함께했을 뿐이고, 이 할머니들을 움직인 것은 스스로의 강한 용기와 그 용기로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진 변화였다”고 회상했다.

    작품 속 인상적인 장면들에 대한 제작 비하인드도 소개됐다. 변 감독은 ‘호박 장면’에 대해 “처음에는 카메라를 돌리지 않으려 했다”라며 “필름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이 장면이 필요할지 확신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상황이 벌어지면서 카메라를 들게 됐고, 그때의 결정으로 이후 장면들이 이어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낮은 목소리2’ 스틸컷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낮은 목소리2’ 스틸컷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이어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확장됐다. 변 감독은 “같은 현실을 두고도 감독마다 선택하는 장면은 모두 다르다”라며, 다큐멘터리를 극영화보다 더 주관적인 작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무엇을 찍고 무엇을 배제할지에 대한 선택이 곧 영화의 시선을 만든다고 설명하며, 젊은 창작자들에게는 취재 단계에서부터 카메라를 들기보다 먼저 장면을 상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화의 말미에는 영화가 관객에게 닿는 방식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변 감독은 일본에서 온 한 관객의 편지를 소개하며, 영화가 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전했다. 해당 관객은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 이후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지만, 가족과 지인의 권유로 ‘낮은 목소리’를 관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편지에서 “할머니들처럼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겠다”라고 적었고, 이를 통해 다시 일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J 스페셜클래스’ 현장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J 스페셜클래스’ 현장 /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변 감독은 “그 편지 한 장이 2편과 3편을 만들게 된 계기였다”며 “결국 우리의 목표는 오늘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할머니가 힘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게 우리의 마지막 목표고 언제나 목표라고 생각했고, 그분이 지금도 정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J 스페셜클래스’는 단순한 관객과의 대화를 넘어, 한 감독의 작업 방식과 영화에 대한 태도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상영 이후 이어진 대화는 작품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큐멘터리가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영화가 누군가의 삶에 닿는 순간에 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남겼다.

    한편,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4월 29일 개막해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 아래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글로벌 54개국 237편(국내 97편, 해외 140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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