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꿈꾸던 브랜드 만들었죠”…무신사 넥스트 패션, 신진 브랜드 성장 이끈다

기사입력 2026.04.30 15:51
생산·유통·마케팅까지 이어지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구조 구축
MNFS 6기 TOP 3, 성수 팝업서 첫 시장 반응 확인… “아이디어가 실물이 된 무대”
113명 중 20개 브랜드 론칭 성과… 차세대 K-패션 주자로 해외 시장 정조준
  • 신진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은 흔히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지나는 일에 비유된다. 독창적인 감각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에 이르는 비즈니스 밸류체인 전 과정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신예 브랜드가 시장 진입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자금난과 실무 경험 부족으로 좌초되곤 한다.

    무신사는 이러한 공백을 겨냥해 2022년부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NFS)을 운영하고 있다. 김혜서 MNFS PM은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곳”이라며 “그 출발점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은 디자인 감각과 비즈니스 역량을 함께 갖춘 브랜드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기반 성장 구조를 강조했다.

  • 지난 4월 24일 서울 성수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의 팝업스토어 내부 전경./무신사
    ▲ 지난 4월 24일 서울 성수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의 팝업스토어 내부 전경./무신사

    올해 MNFS 6기 최종 선발은 시제품을 완성한 11개 팀을 대상으로 전문가 평가와 무신사 앱 내 대중 투표를 합산해 진행됐다. 이양(EYANG), 오기(OGI), 수더넴(PSEUDONYM)이 최종 3개 브랜드로 선정됐으며, 성수동 팝업을 통해 첫 공식 데뷔 무대를 가졌다. 아이디어가 실물로 구현돼 소비자 반응 앞에 놓이는 시장 진입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지는 지난 24일 현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양(EYANG)
    거친 유스 컬처의 에너지, 비즈니스의 ‘구조’를 입다
    정재연·공어진 디렉터

    Y2K 감성과 유스 컬처 기반의 이양은 론칭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다. 정재연·공어진 디렉터는 졸업 직후 창업에 나섰지만 실무 경험 부족이라는 현실에 부딪혔다.

    공어진 디렉터는 “주변에 창업자가 없어 기준 자체를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멘토링을 통해 브랜드 운영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연 디렉터는 “지원금 500만 원이 FW 시즌 구성에 큰 도움이 됐고, 결과적으로 무신사 입점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양은 현재 감각 중심 브랜드에서 벗어나 생산과 유통이 결합된 상업 구조를 갖춘 브랜드로 전환 중이다. 향후 시즌 단위 컬렉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브랜드 지속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 ▲ 무신사 ‘넥스트 패션’, 성수서 신진 디자이너 데뷔 무대 열다/영상=이채석PD
    오기(OGI)
    데이터가 빚어낸 한국적 정서, 세계를 향한 ‘오기’
    권소윤·박소현 디렉터

    직장 동기였던 권소윤·박소현 디렉터가 퇴사 후 설립한 ‘오기’는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리안 보헤미안’을 핵심 콘셉트로 삼는다.

    권소윤 디렉터는 “처음에는 여성복 안에서 그레니 룩이라는 좁은 타겟을 겨냥했으나, 컨설팅을 거치며 브랜드 철학을 코리안 보헤미안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전했다. 박소현 디렉터는 무신사 스냅을 통한 대중 투표 과정을 가장 치열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읽는지 피부로 체감한 소중한 기회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브랜드의 상징인 호랑이 캐릭터는 두 디렉터가 고려대학교 동문이라는 개인적 서사에서 착안했다. 오기는 이러한 한국적 정체성을 글로벌 언어로 확장해 해외 유통 채널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수더넴(PSEUDONYM)
    모호한 철학을 넘어, 선명한 실물로 증명하다
    기영진·함서영 디렉터

    ‘필명’이라는 뜻의 수더넴은 절제된 실루엣과 디테일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옷으로 번역해내는 브랜드다. 기영진·함서영 디렉터는 학생 신분의 한계를 넘기 위해 MNFS에 참여했다.

    함서영 디렉터는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어 카페에서 기획을 이어갔지만, 지원 이후 시제품과 디테일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기영진 디렉터 역시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샘플과 시제품을 두려움 없이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수더넴은 이번 과정을 통해 관념적인 기획 단계에서 벗어나 시장 검증이 가능한 실물 브랜드로 안착했다. 이들은 향후 제품군을 전략적으로 확장하며 소비자들에게 자기표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 이양(EYANG), 오기(OGI), 수더넴(PSEUDONYM)이 최종 3개 브랜드로 선정됐으며, 성수동 팝업을 통해 첫 공식 데뷔 무대를 가졌다./디조닷컴
    ▲ 이양(EYANG), 오기(OGI), 수더넴(PSEUDONYM)이 최종 3개 브랜드로 선정됐으며, 성수동 팝업을 통해 첫 공식 데뷔 무대를 가졌다./디조닷컴

    ◇ 브랜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

    MNFS는 패션 전공생과 예비 디렉터를 선발해 디자인 역량과 비즈니스 실무를 동시에 교육하는 전방위 인큐베이팅 모델이다. 김혜서 MNFS PM은 “핵심은 디자인과 비즈니스 감각을 고루 갖춘 준비된 브랜드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단순 지원이 아니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 성과는 숫자로 입증된다. 1기부터 6기까지 총 113명이 거쳐 갔으며, 이 중 20개 브랜드가 실제 론칭으로 이어졌다. 히에타(hieta), 포어링(FORUSRING) 등 앞선 기수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MNFS가 단순 교육을 넘어 신진 브랜드의 핵심 공급 구조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신사 관계자는 “MNFS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스템”이라며 “앞으로도 신진 디렉터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 산업의 데스밸리를 넘기 위한 무신사의 실험은 이제 개인의 꿈을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상생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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