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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K-컬처 여행 완성의 열쇠는 숙박 인프라”

기사입력 2026.04.28 17:50
  • K-컬처에 동기부여된 해외 여행자들이 그렇지 않은 여행자보다 1인당 평균 435달러(약 60만 원)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88%는 3박 이상 체류하고, 68%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움직인다. 체류 기간도 길고 소비 규모도 크며 동반 인원도 많다. 한국 여행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여행자 군이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 열기를 재방문과 지역 확산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유숙박 관련 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졌다.

    에어비앤비는 오늘(28일) 오전 서울에서 'K-컬처, 여행의 시작이 되다'를 주제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한국 방문 경험이 있거나 방문 계획을 갖고 있는 해외 여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행사는 보고서 발표 세션과 전문가 패널 토크로 구성됐다.

    서울 밖 관심은 74%, 실제 방문은 34%뿐…숙박이 발목 잡는다


    보고서 발표를 맡은 샤론 챈(Sharon Chan)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K-컬처에 동기부여된 여행자들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며, 더 깊은 문화 체험을 원한다"고 데이터의 의미를 짚었다. 응답자의 94%가 K-컬처가 한국 여행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75%는 이를 방한의 핵심 동기로 꼽았다. 음식, 역사, 자연 등 K-팝 이외의 폭넓은 문화 체험을 원한다고 밝힌 비율도 92%에 달했다. 공유숙박 이용자의 65%는 현지 동네에 머물기 위해 호텔 대신 공유숙박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 샤론 챈(Sharon Chan)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사진=서미영)
    ▲ 샤론 챈(Sharon Chan)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사진=서미영)

    관심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은 지방 여행에서 두드러졌다. 드라마와 영화가 서울 외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응답한 비율은 74%였지만, 실제 방문자의 66%는 서울에서만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잠재 여행자의 83%는 서울 외 지역의 숙박 옵션 가용성이 예약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샤론 챈 총괄은 "이 수요가 서울을 넘어 더 많은 지역과 커뮤니티로 확산되려면 지방 숙박 인프라 확충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여행자 중 다시 오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47%에 그쳤고, 에어비앤비 플랫폼 내 재방문 게스트 비율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MZ세대 잠재 여행자의 53%는 적합한 공유숙박 가용성을 방한 결정 요소로 꼽았으며, 34%는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면 여행 자체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K-팝 콘서트 있으면 플랫폼 숙박 수요 올라가는 것 직접 체감"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에어비앤비의 역할을 K-팝 팬덤의 체류 경험 확장, 한국 상징 공간의 숙박 콘텐츠화, 콘서트 연계 팬덤 여행의 다변화 등 세 방향으로 제시했다.

  •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사진=서미영)
    ▲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사진=서미영)

    서 매니저는 "K-팝 콘서트가 열리면 플랫폼 내 숙박 수요가 올라가는 것을 직접 체감한다"며 팬덤 여행이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음악, 뷰티, 퍼포먼스 등 여러 분야의 입체적인 여행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속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로는 최근 공개된 K-팝 영 크리에이터 크루 코르티스(CORTIS)와의 서울 팝업 숙박 체험 외에도 2022년 BTS 'IN THE SOOP 시즌2' 평창 촬영지 숙소, 2024년 한강 대교 위 스카이 스위트, 2023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숙박 이벤트, 2025년 세븐틴 데뷔 10주년 기념 체험 등을 들었다. K-뷰티·메이크업·보컬·댄스 클래스 등을 서울, LA, 도쿄에서 콘서트 시기에 맞춰 순차 론칭한 HYBE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 연계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할머니가 K-드라마에 꽂혀서 가족 전체를 끌고 왔더라"


    패널 토크는 임희윤 문화평론가의 진행으로 박성배 온지음 레스토랑 헤드 셰프,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 서가연 컨트리 매니저가 참여했다.

  • 임희윤 문화평론가,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박성배 온지음 레스토랑 헤드 셰프,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 서가연 컨트리 매니저(사진=서미영)
    ▲ 임희윤 문화평론가, 관광통역안내사 겸 방송인 파비앙, 박성배 온지음 레스토랑 헤드 셰프,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 서가연 컨트리 매니저(사진=서미영)

    파비앙은 이날이 지난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취득 후 처음으로 해당 자격을 공식 직함에 올린 자리라고 밝히며 소회를 전했다. 17년째 한국에 거주하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년간 외국인 해설을 이어온 그는 방한 여행자층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장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인상적인 사례로 K-드라마에 빠진 할머니가 가족 전체를 한국으로 이끈 경우를 들었다. "분명 아이들이 K-팝 때문에 온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할머니가 끌고 오셨더라"는 것이다. 그는 경복궁 사진 촬영 같은 표면적 관광을 넘어 역사와 전통 건축의 맥락을 깊이 탐구하려는 외국인 여행자가 늘고 있다며, 전문 지식을 갖춘 안내 인력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뒤 트렌드 전망으로는 콘텐츠에서 본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라이프케이션'을 꼽았다. 편의점에서 드라마 속 라면 끓이기, 한강 배달 음식, 문구점 쇼핑처럼 한국인의 일상 자체가 여행 목적이 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박성배 셰프는 외국인 방문자들이 퓨전이 아닌 전통 조리법과 발효 문화 그 자체를 원한다는 점에서 변화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그는 요리 철학으로 '대미필장(大味必淡)'을 꺼냈다. "가장 맛있는 맛은 담백한 맛,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원칙을 한국 문화 전반에 적용해, 자극적인 첫인상보다 음식 속 철학과 미감으로 여행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에어비앤비와 진행한 '한국의 장 배우기 체험'이 예상 이상의 호응을 얻은 사례를 언급하며, 의복·공예·한옥까지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돼야 지속가능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은 증가하는 수요를 현실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제도적 장벽을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는 주민 동의서 제도다. 공유숙박 등록 시 이웃 동의서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둘째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한 건물 연식 30년 제한으로, 전문가 안전 증명을 요구하는데 "기준이 모호하고 비용만 더해졌다"는 것이다. 셋째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실거주 요건으로, 독채 숙소를 원하는 여행 수요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의 현실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오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을 왜 하냐는 반응이 많다"며 "공급이 먼저 갖춰져야 수요도 따라온다"고 역설했다.

  • 서가연 컨트리 매니저는 에어비앤비의 지향점을 '생태계 구축'으로 요약했다.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오는 방문자들이 숙소에서 출발해 음식, 역사, 전통 문화까지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숙박과 체험을 연결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서촌 한옥 스테이 경험이 계기가 돼 직접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제주 올레와 협력해 서귀포 일대 빈집을 시니어 호스트 숙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도 했다. 서 매니저는 "지방 에어비앤비 예약이 1년 내 10배로 늘어나길 바란다"며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 개편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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