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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중국 시장 재건을 위해 전면적인 전략 전환에 나섰다. 핵심 키워드는 전기차와 중국 현지화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앞세우되,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맞춤형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4일 개막한 오토 차이나 2026에서 현대차는 이 같은 전략의 출발점이 될 신차 '아이오닉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단순한 신차를 넘어, 현대차의 중국 사업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In China, For China, To Global)'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어 "전기차는 현대차가 북미와 유럽에서 이미 성과를 입증한 분야"라며, "중국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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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V는 상품성과 기술, 개발 방식 모두에서 기존과 차별화됐다. 1회 충전 시 600km 이상의 주행거리와 2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피지컬 AI 등 첨단 기능을 탑재했으며, 무엇보다 개발 단계부터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이 적극 반영됐다.
이 모델에는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공동 개발한 전용 플랫폼이 적용됐고, 배터리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과 협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멘타와 협력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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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이처럼 개발 방식까지 바꾼 이유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전기차 시장이자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곳"이라며, "현지 기술과 생태계를 인정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기존에는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모델을 중국 시장 수요에 맞게 조정하는 수준이었다면, 아이오닉 V는 기획 단계부터 현지 기업과 공동 개발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단순한 현지 맞춤이 아닌 현지 주도형 협업으로 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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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중국 시장에 신차 20종을 투입하고, 연간 판매 5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이오닉 V를 시작으로 행성 시리즈 전기차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브랜드 차별화도 강화할 계획이다.
디자인 역시 차별화 전략의 핵심 요소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따르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리스크가 있더라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시장 위축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지에서는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우저우타오 베이징현대 동사장은 "연초에는 정부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면서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것은 맞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중국에서 전기차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전략 전반을 재점검했다는 입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과거에는 대응이 다소 느렸던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그 과정에서 겸손과 학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이어 "중국에서 지난 24년간 12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축적한 경험과, 잘된 점과 잘 못한 점을 철저히 공부한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며, "변화와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 현대차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오닉 V를 기점으로 한 현대차의 전략 전환이 중국 시장 반등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경쟁 구도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 중국(베이징)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