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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여행 커뮤니티에는 독특한 인사말이 있다. "몇 괌이세요?" 첫 방문인지, 세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를 묻는 말이다. 이 질문이 생겨날 만큼 괌은 한 번 다녀온 여행자가 다시 찾는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괌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이면 닿고, 시차는 1시간에 불과하다. 미국 자치령이라 치안은 안정적이고, 영어가 공용어다. 그러나 괌이 가족 여행지로 해마다 선택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지리적 조건보다 자연에 있다. 야생 돌고래가 상주하는 태평양 해안, 수심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산호초 바다, 마이크로네시아 유일의 수중전망대.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 비행 4시간 거리에 존재한다.
여기에 괌은 올 때마다 즐길 수 있는 것이 달라지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신혼여행이나 태교여행으로, 아이가 생기면 가족여행으로, 아이가 자랄수록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수중전망대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던 아이가 몇 년 뒤엔 돌핀 크루즈 뱃전에서 소리를 지른다. 나 역시 태교여행으로 처음 괌을 찾은 뒤, 아이와 3년에 한 번꼴로 다시 이 섬을 찾고 있다. 부담 없는 거리가 괌을 '처음 가는 곳'이 아닌 '또 가는 곳'으로 만든다.
괌 인기 1위 액티비티 ‘돌핀 크루즈’
괌 여행 액티비티 예약 순위에서 돌핀 크루즈는 꾸준히 1위를 차지한다. 괌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예약하고, 가장 많이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괌 앞바다에는 스피너 돌고래(spinner dolphin)와 청백돌고래가 연중 상주한다. -
스피너 돌고래라는 이름은 괜한 게 아니다. 수면 위로 솟구치며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동작이 특기인 종이다. 수족관이나 테마파크가 아닌, 드넓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야생 돌고래를 코앞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괌이 아니면 쉽게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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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를 출발한 크루즈가 바다로 나가고 20분 가량 흐른 후 수면에 지느러미가 나타났다. 무리는 배 바로 옆까지 접근해 왔다. 몸을 비틀며 물 위로 솟구치는 스피너 돌고래의 동작이 반복됐다. 아이들이 먼저 반응했다. "저기, 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뱃전 가까이 다가와 물살을 가르는 돌고래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배 위의 어른들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냥 바라봤다. 크루즈가 이동하는 동안에는 날치 떼가 수면 위로 날아올랐다. 날개 같은 가슴지느러미를 펼치고 수십 마리가 일제히 수면 위를 활공하는 장면은 누가 연출한 것처럼 타이밍이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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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돌핀 워칭이 끝난 뒤 스노클링 포인트로 이동했다.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는 열대어들을 가까이서 보고, 낚시도 즐겼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길, 바다거북 여러 마리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느릿느릿 숨을 쉬고 다시 잠기는 바다거북의 모습에 아이들의 함성이 다시 터졌다. 갑판 위로 돌아오니 참치회와 비스킷,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먹는 참치회는 기대 이상이었다. 액티비티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딱 맞는 구성이었다. 아이와 함께라면 반나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작정하고 사진 찍으러 가는 곳 ‘에메랄드밸리’
에메랄드밸리는 최근 몇 년 새 괌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자연 명소다. 괌 남부 내륙으로 들어가면 돌담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물길이 바다까지 이어진다. 수심이 얕아 바닥의 산호와 물고기가 그대로 들여다보이고, 물빛은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빛이다. -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여서, 괌의 원형에 가까운 자연환경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 돌담에 걸터앉아 길게 뻗은 물길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어떤 필터도 필요 없다. 일부 돌핀 크루즈 투어와 연계 코스로도 포함돼 있어 괌 남부 드라이브와 묶어 일정을 짜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바닷속을 볼 수 있는 ‘피시아이 수중전망대’
피시아이 마린파크의 수중전망대는 마이크로네시아 지역에서 유일한 해중 전망대다. 피티 베이 해양보호구역 위로 약 300미터 뻗은 다리를 건너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면, 수심 6미터 바닷속이 26개의 관측창을 통해 펼쳐진다. 200여 종의 열대어와 80여 종의 산호가 유리창 너머에서 움직인다. -
이 전망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접근성이다. 수영을 못해도, 아이를 데리고 왔어도, 바다에 들어가기 부담스럽더라도 누구나 바닷속을 경험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 안에 위치해 수질이 유지되고 생태계 밀도가 높다. 야간에는 수중전망대 길 건너 레스토랑에서 아일랜드 컬쳐 디너쇼가 열린다. 수중전망대 관람 후 자연스럽게 저녁 공연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짜여 있어, 오후부터 저녁까지 한 장소에서 해결하는 여행자가 많다.
수요일 늦은 오후부터 열리는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
괌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에만 열린다. 오후 5시가 되면 하갓냐 항구 인근 스페인풍 건물들 사이로 노점이 들어서고, 바베큐 연기가 골목을 채운다. 광장 중앙에서는 현지인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관광객을 위해 기획된 공연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이다. -
Kris BBQ에서 주문한 차모로식 바베큐와 레드라이스가 나왔다. 숯불에 구운 고기와 붉은빛 찐쌀의 조합은 낯설지만 금방 손에 익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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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현지인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기념품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목걸이, 팔찌, 손으로 짠 직물 제품 등 어디서도 똑같은 물건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카라바오(괌 물소) 타기 체험 앞에는 아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야시장이 먹거리 장터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괌의 문화와 전통을 현재형으로 이어가는 공동체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에 수요일이 끼어 있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밤이다.
면세 지역의 쇼핑 ‘ROSS와 빌리지 오브 돈키(괌 돈키호테)’
괌은 섬 전체가 면세 지역이다. 그 가운데 ROSS(로스 드레스 포 레스)는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 이미 검증된 쇼핑 목적지다. 나이키·아디다스·캘빈클라인·토리버치 등 브랜드 이월 상품을 정가 대비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미국의 오프프라이스 체인으로, 괌에만 3개 매장이 운영된다. -
GPO(괌 프리미어 아울렛)점과 마이크로네시아몰에 있는 ROSS를 여행객들은 가장 많이 방문한다. 매 방문마다 입고된 상품 구성이 달라 보물찾기 같은 재미가 있다. 샘소나이트 캐리어처럼 인기 품목은 오전 중 소진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른 시간 방문을 권한다. ROSS 옆으로 타미힐피거, 캘빈클라인 같은 아울렛 매장들이 이어진다. 괌이 미국 본토보다도 저렴하다는 말이 현장에서 실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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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오브 돈키(괌 돈키호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돈돈돈키 매장이다. 일본 식품·과자·화장품, 괌 로컬 기념품, 생활용품이 한 공간에 집결해 있다. 특히 괌에서만 생산되는 초콜릿, 코코넛 오일 비누, 로고 티셔츠 등 '메이드 인 괌' 코너는 선물을 고르기에 제격이다. 쇼핑이 목적이 아니어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곳이다.
괌의 밤을 화려하게 채우는 ‘3대 디너쇼’
괌에는 저녁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디너쇼가 세 곳 있다. 장소도, 색깔도, 이야기도 각기 다르다. -
타오타오 타씨(Taotao Tasi The Beach Show)는 '바다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공연은 고대 괌에서 시작된다. 오직 별을 길잡이 삼아 카누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차모로 민족의 여정을 500석 규모의 야외 무대에서 풀어낸다. 건비치 해변을 배경으로 일몰과 함께 막이 오르고, 50명 이상의 캐스트가 타히티·사모아·하와이의 폴리네시안 댄스와 파이어 댄스로 무대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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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타오 타씨는 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원주민 쇼다. 식사는 스테이크·바베큐·레드라이스 등 차모로 전통 음식 중심의 뷔페로 구성되며, 공연 중에는 관객 참여 코너와 공연 후 출연자와의 기념촬영도 무료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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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아이 아일랜드 컬쳐 디너쇼는 피시아이 마린파크 열대 정원 야외 레스토랑에서 열린다. 아일랜드 전사들의 춤, 차모로 전통 복장 여성들의 춤사위, 불쇼, 라이브 공연이 차례로 이어지며 관객이 무대로 올라가 직접 전통 춤을 배우는 참여 코너도 포함된다. 수중전망대 관람과 패키지로 묶으면 오후부터 저녁까지 한 장소에서 알차게 시간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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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IC 태평양의 해적(Pirates of the Pacific). 세 쇼 중 가장 극적인 공연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2023년 5월 초대형 태풍으로 5년간 중단됐다가 2025년 10월 완전히 새롭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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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서사는 이렇다. 거센 태풍에 휘말려 괌에 좌초한 보물선, 이를 쫓는 해적, 그리고 섬 주민들의 운명이 뒤얽히는 45분간의 대서사시. 해적선 모양의 무대 위에서 고공 로프 싸움과 밧줄 액션이 펼쳐지고, 불쇼와 공중 스턴트, 라이브 음악이 교차한다. 배우들이 객석으로 직접 내려와 관객과 호흡하는 장면도 있어, 보는 내내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흐려진다. 식사는 차모로 스타일 BBQ 플래터가 테이블당 개별 제공되고, 별도 뷔페대에서 애피타이저·샐러드·디저트를 추가할 수 있다.
세 공연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차모로 문화의 뿌리를 보고 싶다면 타오타오 타씨, 이국적인 열대 정원 분위기를 원한다면 피시아이, 스케일 있는 스토리 공연을 원한다면 PIC 해적쇼를 선택하면 된다. 괌의 밤을 어떻게 채울지는 결국 어떤 이야기를 원하느냐의 문제다.
- 괌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