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모터쇼 '2026 오토 차이나'가 24일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의관과 수도국제컨벤션에서 오는 5월 3일까지 열리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현지 기업들이 총집결해 전동화와 지능화 경쟁의 최전선을 선보인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오토 차이나는 약 38만㎡ 규모의 전시 공간에 10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행사 기간 동안 100종이 넘는 월드 프리미어 차량과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지능형 모빌리티'다. 단순한 전기차 확대를 넘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운영체계, 초고속 충전,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반영했다. 행사 주제 역시 "시대를 선도하고 지능적 미래를 열다"로 정해졌다.
특히 중국은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1290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생산 비중 역시 70%를 웃돌았다. 전체 자동차 판매도 3400만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최대 시장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브랜드들은 중국 맞춤형 전기차와 플래그십 SUV, 전기 세단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전기차 전략 모델과 차세대 디지털 콕핏 기술을 앞세워 현지 입지 방어에 나섰다.
유럽 업체들의 협력 전략도 눈에 띈다. 폭스바겐은 중국 기업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를 공개했고, BMW는 차세대 플랫폼 기반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협력한 신형 모델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공세도 한층 거세졌다. BYD, 지리, 샤오미, 샤오펑, 니오, 창안자동차, 둥펑 등은 고급화 전략과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확대에 나섰다. 초대형 럭셔리 SUV와 고성능 전기 세단, 로보택시 등 다양한 미래형 모빌리티를 선보이며 글로벌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이 대중형에서 프리미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됐다.
배터리와 기술 기업들의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CATL은 초급속 충전 배터리와 고효율 LFP 기술을 공개했고, 화웨이는 스마트 콕핏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중심으로 전시를 강화했다. 보쉬,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부품 기업들도 반도체, 전장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을 선보이며 미래차 생태계 경쟁에 참여했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를 중국 시장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앞세워 현지 진출을 공식화하고, 전기차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등 총 9종의 차량과 기술을 공개했다. 향후 5년간 20종 이상의 현지 맞춤형 신차를 출시하고 연간 5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등 사업 구조를 전면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오토 차이나는 단순한 신차 공개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판매 중심 행사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기술력과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주요 브랜드들의 전략 모델과 차세대 플랫폼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중국(베이징)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