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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가격 담합 사건으로 기소된 기업 임직원들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이어 사법적 판단까지 내려지면서,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유사 행위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 이후에도 식탁 물가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양사 법인에도 각각 벌금 2억 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시장질서를 왜곡한 행위”라며 “과거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같은 유형의 행위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행위가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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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식품 원재료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앞선 공정위 조사에서도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주요 품목에서 가격 및 물량 조율 정황이 확인됐고, 일부 유통 단계에서는 경쟁이 제한된 구조도 드러났다.
제재 이후 일정 부분 가격 조정이 이뤄졌지만, 전반적인 체감 물가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별 품목의 변동과 달리 구조적 가격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소수 기업 중심의 과점 구조가 지속적으로 지적된다. 높은 진입장벽과 원재료 수입 의존도, 환율 및 유통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 경쟁이 제한되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겉으로는 경쟁 시장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결정력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는 담합 적발에 기여해 왔지만, 반복 행위를 충분히 억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실제로 과거 제재를 경험한 기업과 임직원이 다시 유사한 행위로 적발된 점은 제도의 한계를 둘러싼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법원의 판단 역시 이러한 복합적 현실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원재료 가격, 환율, 대형 수요처의 협상력 등을 고려할 때 이익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가격 형성이 단순한 담합 여부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담합 행위는 적발되고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