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건강 데이터 늘어나는데, 국내 활용 구조는 제자리

기사입력 2026.04.24 07:00
  •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하고, 혈당 센서를 팔에 붙인 채 하루를 보내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측정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데이터는 자동으로 기록된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 데이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이미지=AI 생성
    ▲ 이미지=AI 생성

    일상에서 쌓이는 건강 데이터

    건강 데이터 생성은 이미 일상 영역으로 들어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웨어러블 기기 보유율은 2019년 3.9%에서 2023년 25.9%로 증가했다.

    심박수, 수면 패턴, 활동량, 혈당 변화까지. 과거 병원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가 이제는 손목과 팔 위에서 24시간 축적된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느냐다.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보면 데이터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센서가 측정한 혈당 데이터는 스마트폰 앱을 거쳐 제조사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고, 이후 리포트로 가공되거나 외부 서비스와 연동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1차 저장 위치는 제조사 서버가 된다. 일부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도 데이터가 미국 등 해외로 이전·보관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특정 제품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대부분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돼 있으며, 데이터 역시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리된다.

    데이터 활용 구조는 아직 제한적

    국내에서도 건강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는 도입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 수준은 낮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하반기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공공 앱의 인지도는 22%지만, 이용 경험은 6.2%에 그쳤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제 서비스나 진료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수치는 개인 건강 데이터가 국내 의료·산업 시스템 안에서 활용되는 구조가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반면 글로벌 플랫폼은 데이터 활용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축적한다. 의료진 공유, 외부 서비스 연동, 자동 리포트 생성 등이 이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데이터는 국경을 넘어 축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활용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제도의 부재로 설명되기 어렵다.

    데이터 활용 제한의 배경

    먼저 플랫폼 구조다. 글로벌 웨어러블 기업들은 기기-서버-서비스로 이어지는 데이터 흐름을 전제로 제품을 설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데이터를 의료나 산업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법·제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건강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제23조), 원칙적으로 엄격한 보호 기준을 적용한다. 국외 이전 시에도 별도 동의 등 추가 요건이 요구된다. 이러한 제도는 데이터 보호를 위한 설계라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활용 단계에서는 일정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무적 장벽도 존재한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대부분 비정형 정보다. 보건복지부가 관련 가명 처리 기준을 제시한 것은 2024년으로 비교적 최근이며,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부담도 적지 않다.

    쌓이는 데이터, 이어지지 않는 활용

    웨어러블 데이터가 의학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2020년)에 발표된 Scripps DETECT 연구에 따르면 웨어러블 센서 데이터와 증상 정보를 결합할 경우 감염 판별 성능(AUC)이 0.80으로, 증상 정보만 활용했을 때(0.71)보다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이 곧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웨어러블 기반 알림 이후 실제 행동 변화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기술과 실제 작동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2021년부터 추진된 ‘마이 헬스웨이’는 흩어진 개인 건강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시범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에서 생성되는 실시간 데이터와의 연동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 수집 기술은 이미 갖춰졌지만, 그 데이터를 의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는 여전히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건 규제 완화 아닌 연결 구조

    국내에도 제도는 존재한다. 비정형 데이터 가명 처리 기준은 2024년에 마련됐다. 그러나 낮은 이용 경험 수치가 보여주듯, 제도가 곧바로 활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필요한 건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국내에서 생성된 건강 데이터가 실제 의료와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과 활용되는 곳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논의의 출발점이다.

    데이터는 이미 국경을 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그 데이터가 어디에 쌓이고 어디에서 활용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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