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년 걸리는 사회 복귀…수술·재활·자립까지 전 과정 동행
닥터지, 5년 간 33명 의료비·1049명 아동 심리 회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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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경험자에게 회복은 치료가 아니라, 벽을 뚫고 나오는 시간입니다.”
화상 이후의 삶은 손상된 피부를 돌보는 일상과,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과정이다.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까지 평균 7년이 걸리는 이 여정은 수술과 재활, 자립으로 이어진다.
닥터지와 한림화상재단은 그 전 과정을 곁에서 지지해 왔다. 33명의 화상 경험자가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 치료를 이어갔고, 1049명의 화상 아동이 마음의 회복을 경험했다. 6900여 개의 스킨케어 제품은 그 길 위에서 연약해진 피부와 일상을 지탱하는 작은 힘이 됐다. 이는 K-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가 한림화상재단과 함께 써 내려온 5년의 기록이다.
이들의 동행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화상 경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함께 견디고 앞당기는 과정에 가깝다.
28년 가까이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한림화상재단 황세희 사무과장은 그 중 20년을 화상 경험자 곁에서 보냈다. 그는 닥터지와의 첫 동행부터 “남다른 온기”를 느꼈다고 말한다. 창업자의 화상 경험에서 출발한 서사가 브랜드 안에 살아 있었고, 그 진정성이 치유의 현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화상 경험자의 회복 이후의 삶까지를 함께 바라본 두 기관의 동행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황 사무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화상 경험자에게도 스킨케어가 필요한가요.
“물론이죠. 오히려 화상 경험자들에게 스킨케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예요. 화상을 입은 피부는 100% 정상 피부로 돌아갈 수 없고, 보습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외부 보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팔꿈치 같은 부위는 운동이나 보습 케어를 하지 않으면, 손상된 피부가 수축한 채로 굳어버릴 수 있어요. 또 화상 피부는 장벽이 손상돼 자외선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선케어도 중요합니다.
가스 폭발 사고로 전신 95%의 화상을 입은 최려나 교수는 “화장품은 평범한 일상 회복의 상징”이라고 말했어요. 사고 이후 거울을 마주하기조차 힘들어하던 분들이 직접 화장품을 바르고 그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은, 변화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좋은 화장품 하나가 일상 회복의 작은 열쇠가 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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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상 피부에 맞는 제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는 장벽과 기능이 약화된 상태라 순하고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타민D는 피부가 햇빛을 받아 합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화상 피부에서는 이런 작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요. 닥터지에서 전달해주신 비타민D 기반 장벽 보습 크림은 그런 점에서 적합했고, 민감 피부용 선크림도 자외선 자극 때문에 외출을 꺼리던 분들이 부담 없이 사용하셨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보습 제품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병원에 닥터지 제품을 들고 오시는 환자분들도 종종 계세요. “그 제품 뭐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여쭤보면, 하나같이 피부가 편안하다고 하세요.”
- 제품을 넘어 관계가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맞아요. 화상 경험자분들이 좋아하시는 제품을 전달해주시니 반가울 수밖에 없죠.(웃음)
하지만 이 인연이 이어진 이유는 제품뿐 아니라 비슷한 철학과 정서적 유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닥터지 창업자 안건영 박사님이 어린 시절 화상을 경험하셨고, 그 아픔을 딛고 민감한 피부를 위한 브랜드를 만드셨다는 점부터 저희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림화상재단은 응급 치료부터 수술, 재활, 사회 복귀, 자립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안 박사님은 그 여정을 직접 겪어보신 분이기에 깊이 이해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공감’이라는 말씀입니다. 화상 경험자들이 원하는 건 동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해입니다. ‘공감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는 말이 닥터지의 후원 방식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느꼈어요.”
- ‘공감의 철학’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요.
“닥터지는 치료비 지원, 소아 화상 경험자의 심리 재활, 화상장애인의 자립까지 폭넓게 지원해왔습니다. 무엇보다 그 지원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2023년에는 의료진과 화상 경험자들이 함께 ‘화상 압박옷’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어요. 기존 제품의 한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화상 경험자분들을 직접 고용해 자립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닥터지가 바로 후원해주신 덕분에 세 분이 제작 전문가로 자립했고, 그중 한 분은 양장 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셨어요. 기능성도 크게 개선됐고요.
2024년에는 압박 의복 디자인 4건의 산업재산권 등록도 마쳤고, 현재는 재단의 자립지원사업으로 운영되며 전국 화상환자에게 무상 지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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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화상 환자를 위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죠.
“화상환자 중 약 30%는 소아입니다. 체구가 작아 넓은 부위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고, 신체적·정서적 상처도 크게 남습니다. 그래서 실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집중했습니다. VR 치료를 통한 심리 안정 프로그램과 부모 일기 쓰기를 운영했고, 작업 치료를 위한 모션 데스크도 도입했어요.
하체에 화상을 입은 아이들은 오랜 시간 앉아 있기 어려운데, 모션 데스크 도입 이후에는 보다 편안한 자세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화상 아동에게는 이런 경험 자체가 큰 성취이자 회복의 과정입니다.”
- 임직원 참여 봉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상 경험자들은 보습제와 선크림 사용량이 많아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건조와 가려움으로 스킨케어가 더욱 절실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닥터지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응원 키트를 제작해 전달해주셨어요. 키트 가방은 화상 경험자들이 직접 만들었고, 손에 화상을 입은 분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형태와 소재까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또 2100개 키트에 손편지를 담았는데, 약 70명의 임직원이 2000장이 넘는 편지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손이 얼얼할 정도였지만, 받는 분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앞으로의 동행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화상 경험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벽을 뚫고 나오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닥터지의 ‘피부를 넘어 세상에 나아갈 용기’라는 철학과 함께한다면, 그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또 아시아 저소득국가 화상환자 지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닥터지의 후원으로 여러 국가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고, 몽골 환아 다미르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할 때는 닥터지에서도 함께 자리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따뜻한 동행이 앞으로 더 많은 곳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화상은 단순한 외상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바꾸는 사건이다.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시간은 길고 무겁다. 닥터지와 한림화상재단의 동행은 그 시간을 함께 견디고, 조금이나마 앞당기려는 시도다. 피부를 넘어 삶으로 이어지는 회복, 그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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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