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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런던 직항 노선의 첫 달 탑승률이 80%를 넘어섰다. 지난 3월 29일 취항한 버진애틀랜틱이 오늘(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초반 성과와 한국 시장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버진애틀랜틱 코닐 코스터(Corneel Koster) CEO와 데이브 기어(Dave Geer) CCO(최고상업책임자)를 비롯한 본사 임원진이 직접 참석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 김범호 사장 직무대행, 한국관광공사 양경수 부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
코스터 CEO는 "첫 달 탑승률이 80%를 넘어 당초 기대를 크게 상회했다"며 "늦은 예약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최종 수치는 이를 더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버진애틀랜틱은 이 노선에 연간 18만 석을 공급한다. 기어 CCO는 취항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영국발 수요가 70% 이상, 한국발 수요가 40% 가까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보잉 787-9로 매일 1회 운항하며, 인천 출발(VS209)은 오전 12시 25분, 런던 히드로 출발(VS208)은 오후 1시 25분에 이륙해 익일 오전 10시 5분 인천에 도착한다. 좌석은 어퍼 클래스(Upper Class) 31석, 프리미엄(Premium) 35석, 이코노미(Economy) 192석으로 구성된다. 운임은 서울 출발 왕복 기준 이코노미 84만 6,000원부터, 프리미엄 184만 원부터, 어퍼 클래스 384만 6,000원부터다.
코스터 CEO는 이번 취항의 배경으로 양국 간 경제적 연결을 꼽았다. 현재 영·한 교역 규모는 연간 약 160억 파운드로, 지난 10년 사이 64% 증가했다. 그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자 K-팝·K-뷰티·영화·패션·미식 등 다양한 K-산업의 본고장인 한국과 영국을 직항으로 잇는 유일한 영국 국적 항공사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한국 언론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영국 경쟁 당국이 부여한 슬롯 7개 배분 조건으로 취항이 성사된 것인 만큼, 의무 운항 기간(3년)을 채운 뒤 수익성 높은 노선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버진애틀랜틱이 과거 도쿄·상하이·홍콩 등 주요 아시아 노선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코스터 CEO는 "한국 노선은 오랫동안 취항을 원했던 곳"이라며 "대한항공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동북아시아 연결성이 과거에 운항을 중단했던 다른 아시아 노선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재무 상황에 대한 질문에도 정면 대응했다. 그는 "2025년 실적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26년 1분기는 흑자로 마감했으며 자체 목표와 전년 대비 모두 큰 폭으로 앞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인도 노선이 하루 5회에서 이번 여름 6회로 늘어나는 등 다른 노선에서도 강한 수요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했다.
코스터 CEO는 화물 사업을 여객과 나란히 놓는 '제2의 핵심 사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발 런던행에는 매일 12~15톤의 화물이 실린다. 반도체·데이터센터 부품·화장품·의약품이 주를 이루며, 역방향인 런던발에서도 생선과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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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CCO는 "적시 물류(Just-in-Time) 요건을 가진 한국 첨단 산업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운송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영공 제한도 주요 쟁점이었다. 현재 인천→런던은 약 12시간, 런던→인천은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기어 CCO는 "취항 결정 단계부터 러시아 영공 우회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를 고려해도 이 노선은 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터 CEO는 러시아 영공 재개 가능성에 대해 "지정학적 판단은 정부 몫"이라며 "현재로서는 조기 재개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아시아·중동 항공사들은 여전히 러시아 상공을 통과하고 있어 경쟁 환경이 불균형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
이란·미국 분쟁에 따른 항공유 가격 급등 문제도 논의됐다. 김범호 사장 직무대행은 "정부 차원에서 항공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천공항 역시 착륙료 부담 완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진애틀랜틱에 향후 2년간 착륙료를 감면하고, 양측 공동 프로모션 활동비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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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양경수 부사장은 중동 분쟁으로 인한 관광 수요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지난주 금요일 국회에서 유가 대응 특별 예산이 확정됐으며 관광 부문 몫도 상당 규모로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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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편의성도 이 노선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됐다.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스카이팀 파트너를 통해 인천을 경유한 16개 목적지를 커버한다. 일본(오사카·도쿄·후쿠오카 등), 호주(시드니·브리즈번), 뉴질랜드(오클랜드), 베트남(하노이·호치민·다낭), 홍콩 등이 연결되며, 베트남항공·중국동방항공·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등 스카이팀 파트너를 통한 환승도 가능하다. 대한항공과의 코드쉐어는 2023년 여름 시작됐으며, 올해 2월 버진 코드를 대한항공 국내선에 추가하고 대한항공 코드를 인천-히드로 노선에 신설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현재까지 코드쉐어 탑승객은 약 2,000명, 향후 예약분은 9,000명을 넘는다.
코스터 CEO는 "버진애틀랜틱이 스카이팀 내 유일한 영국 국적사가 되면서 에어프랑스-KLM, SAS 등과의 유럽 내 연결도 강화됐다"며 "스카이팀 마일리지 상호 적립·사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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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서비스에도 한국 요소를 폭넓게 반영했다. 매 항공편에는 서울 기반 한국인 승무원 3명이 탑승하며, 어퍼 클래스·프리미엄·이코노미 전 객실에 기내식과 음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기본 제공된다. 특히 이 노선에서는 셰프 및 한국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한식 메인 요리와 영국 정통 요리를 함께 선보인다.
코스터 CEO는 "기내에서 먹은 한식이 훌륭했다"면서 "한국 젓가락으로 제대로 즐겼다"고 했다. 어퍼 클래스 승객은 보잉 787의 시그니처 공유 공간인 기내 바(Onboard Bar)를 이용할 수 있으며, 1,900시간 이상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중에는 한국 영화와 TV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런던 히드로 도착 후에는 소마돔 명상 공간, 프라이빗 워크 포드, 시네마, VIP 전용 '로열 박스' 등을 갖춘 클럽하우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
양경수 부사장은 지난해 방한 외래객이 사상 최고치인 1,89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영국발 방한객은 17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그는 BTS 광화문 컴백 콘서트와 오스카 수상 K-팝 다큐멘터리가 유럽 여행자들의 한국행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광주·전주·여수 등 서남권을 알리는 '고 웨스트(Go West)' 캠페인을 영국 시장에서 전개 중이며, 5월에는 버진애틀랜틱 홀리데이 상위 여행사 6곳을 팸투어로 한국에 초청할 예정이다. 제주를 포함한 다목적지 캠페인도 연내 순차 진행한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은 4단계 건설 사업 완료로 연간 수용 규모가 1억 600만 명으로 늘어 세계 3위 메가 허브 공항으로 도약했다. 김범호 사장 직무대행은 "현재 약 200개 도시에 취항 중인 인천공항이 동북아 최대 환승 거점으로서 버진애틀랜틱의 아시아 확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