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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전후 문을 연 다섯 민족 사학이 개교 120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다. 보성·숙명·중동·진명·휘문고등학교는 4월 25일 오전 10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기념식을 열고, 남산 둘레길을 함께 걷는다. 같은 시기 설립된 다섯 학교가 공동 행사를 여는 것은 100주년 행사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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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학교의 출발은 달랐다. 진명여고와 숙명여고는 대한제국 황실, 특히 순헌황귀비 엄씨의 지원 속에서 설립됐다. 보성고와 휘문고는 민족 자본과 민간 유지들의 뜻으로 세워졌고, 중동고는 백농 최규동 선생 개인의 헌신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들이 학교를 세운 1906년은 국권 상실로 이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지식과 교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황실과 민간, 개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학교 설립에 나섰다.
교육 대상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중동·휘문·보성이 근대 학문을 통해 사회 각 분야의 인재 양성에 집중했다면, 진명과 숙명은 여성을 학문의 주체로 세우는 데서 출발했다. 여성 교육이 사실상 부재했던 시절, 여성도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시도였다.
이후 다섯 학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산업화를 함께 지나왔다. 주최 측은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온 동반자들”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이 학습 방식을 바꾸며 학교의 역할을 다시 묻는 시대, 120년 전 교육을 선택했던 이들의 결정은 그 질문의 뿌리를 되짚게 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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