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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에서 약을 몇 가지 복용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복용하느냐가 골절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다약제(多藥劑)’ 중심으로 논의되던 고령자 약물 관리 기준을 ‘복용 기간’까지 확장할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허윤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니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만 66세 노인 3만 2,771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BMC Geriatrics에 게재했다. 연구는 동일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약물 개수, 복용 기간, 항콜린성 부담을 함께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로, 1차 평가지표는 전체 골절 발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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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약물을 183일 이상 복용한 군은 단기 복용군보다 골절 발생이 더 많았다. 장기 복용군의 골절 발생률은 7.8%로 단기 복용군(4.9%)보다 높았으며, 교란변수를 보정한 분석에서도 장기 복용군의 골절 위험은 1.43배(95% 신뢰구간 1.22–1.67)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물 개수와 별개로 복용 기간 자체가 골절 위험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항콜린성 약물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항콜린성 약물을 183일 이상 복용했을 때 골절 위험은 약 1.45배 수준으로 높았으며, 항콜린성 부담이 높은 군에서는 위험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항히스타민제, 과민성 방광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 등 일상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에 포함돼 있어 고령 환자 상당수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약물 개수 역시 일정 부분 연관성을 보였다. 5~9개 약물을 복용한 군은 0~1개 복용군보다 골절 위험이 더 컸다. 다만 고관절 골절의 경우 약물 개수보다는 복용 기간과의 연관성이 더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장기 복용군에서 고관절 골절 위험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발생 건수가 제한적이어서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약물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약제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고령자 약물 관리에서 ‘얼마나 많이 처방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를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약물 처방 이후 중단 시점이 명확히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복용 기간이 장기화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손기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의 개수나 종류뿐 아니라 복용 기간이 골절 위험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고령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복용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국가검진 데이터를 활용한 후향적 관찰연구로, 약물 복용과 골절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낙상 여부나 영양 상태 등 일부 변수는 분석에 포함되지 않아 잔여 교란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적인 전향적·다기관 연구가 필요하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