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명 미래교사단이 1종씩 직접 설계, 150종으로 성장한 집단 지성
'질문 있는 학급' 100학급 목표... 자기주도 학습 지원 도구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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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남다른 방식으로 답을 냈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교실 문 앞에서 막히는 동안, 울산교육청은 현직 교사 101명을 모아 직접 생성형 AI를 만들었다. 현직 교사가 개발에 참여한 AI 교수학습 도구 ‘우리아이(AI)’의 이야기다. 이 도구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수업 설계 아이디어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교실 앞에 막힌 AI,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
교사는 수업 시간에 AI를 쓰고 싶지만, 학생은 쓸 수 없는 현실. “GPT도 제미나이도, 연령 제한이 있어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쓸 수가 없었다”는 것이 2023년 정윤호 울산교육청 장학사의 첫 진단이었다. 이후 국가정보원의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고민을 거듭했으나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돌파구가 우리아이였다. 울산교육청은 2023년 10월부터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사전심사, 국가정보원 보안성 검토, 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전문가 자문을 거치기까지 1년 여의 시간이 흘러 개발을 완료했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개발 주체다. 우리아이의 모든 교육 콘텐츠는 현직 교사가 직접 제작했으며, 교사가 주도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울산교육청은 우리아이 개발에 앞서 현직 교사 101명을 ‘미래교사단’으로 선발했다. 이들의 첫 임무는 각자 수업 모델 한 종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발부터 예상을 빗나갔다. 원하는 질문과 답이 나오지 않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해야만 쓸 만한 결과가 나왔다. 정윤호 장학사는 “생성형 AI를 만드는 데 있어 사람이 투입되고, 사람의 역할이 크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경험이 오히려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였다. 국어 에이전트는 국어 교사가, 수학 에이전트는 수학 교사가 직접 설계했다. 교과 전문성이 곧 콘텐츠 품질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초기 101종으로 시작한 에이전트는 2025년 추가 개발팀 50명의 참여로 현재 150종까지 확대됐다. 세종대왕과의 대화, 교과별 퀴즈, 수준별 경제 학습 등 각 에이전트에는 교수학습 지도안이 함께 제공된다. 수업 설계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도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뤄지는 흐름이다. 울산교육청은 “매년 50종씩 추가하고, 현장 수요도 받아서 필요한 주제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아이, 실시간으로 오류 수정한다
우리아이의 작동 방식 중 눈에 띄는 것은 실시간 피드백 생태계다. 실제로 전국 학생이 이메일로 오류와 수정 요청을 보내고, 교사도 연락을 해온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민간 생성형 AI 서비스에 학생이나 교사가 답변 수정을 요청하기 어려운 것과는 방식이 다르다. 이런 제보들이 쌓여 데이터가 갱신된다. 정 장학사는 우리아이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집단 지성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별도의 개인정보 수집 없이 공공기관에서 데이터를 관리해 보안을 강화한 것도 교육 현장에서 주목받는 대목이다.
우리아이는 울산 학생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로그인 없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로 운영되면서 이미 전국 단위의 사용 플랫폼이 됐다. 정 장학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접속했을 때 전국 동시 접속자가 10만 명에 달한 적도 있다. 이 플랫폼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 서비스 모델이다. 전국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 있다.
에이전트 구성 방식도 독특하다. 범용 질의응답 기능 위에 교사가 설계한 특화 에이전트가 층위를 이루고, 각 에이전트마다 교수학습 지도안이 연결돼 있어 수업 설계 도구로도 기능한다. 여기에 하이퍼클로바X, 챗GPT, 제미나이 등 복수의 LLM을 에이전트별로 선택 연동하는 멀티 LLM 구조를 채택해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정 장학사는 “최신 파운데이션 모델이 항상 더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프롬프트와 교수학습 데이터가 잘 다듬어진 에이전트가 오히려 더 실용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한국의 소버린 AI를 연동해 공공 환경에 맞는 LLM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교실을 바꾸는 플랫폼의 다음 스텝은?
우리아이는 AI 도구로 시작했지만, AI 기반 질문이 있는 수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울산교육청이 내건 정량 목표는 ‘질문 있는 학급 100학급’ 운영이다. 플랫폼은 만들어졌고, 이제는 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실제 수업 문화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울산교육청은 교사가 우리아이를 활용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미래교육 수업 나눔’ 자리도 준비 중이다. 연구학교·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정량·정성 지표를 이미 축적하고 있다. 정 장학사는 “모든 디지털 도구가 학생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아이를 통해 학생들이 질문하는 힘과 스스로 배우는 역량을 키워가는 의미 있는 성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은 2026년에도 독서·토론 교육과 AI·디지털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구축 강화 등을 통해 학생 개별 수준에 맞춘 촘촘한 학습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아이는 그 흐름에서 AI 교육의 대표 축이다. 정 장학사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AI가 교육을 돕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모든 아이를 온전히 품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외되기 쉬운 학생과 경계선지능 학생 등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독서교육, 기초학력 보장, 학생맞춤통합지원과 같은 인간중심의 따뜻한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아이는 이미 지역의 경계를 넘었다. 정윤호 장학사는 수업 시간보다 방과 후 집에서 놀이처럼 쓰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의 시도’라는 수식어보다 주목할 것은 이 플랫폼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설계하고 학생이 반응하는 AI. 그렇게 살아있는 AI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 염도영 기자 doyoung031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