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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가 화제가 된 이후 연속혈당측정기(CGM)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늘었다. 하지만 센서 하나에 8만~10만원, 선뜻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CGM은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를 위해 개발된 의료기기지만, 최근 식사 반응이나 생활 습관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웰니스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연 이 기기, 당뇨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쓸 만한 도구일까. 직접 열흘간 착용해 봤다.
팔에 붙인 작은 센서…착용보다 번거로웠던 연동
센서 부착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간편했다. 전용 어플리케이터를 팔 뒤쪽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딱 소리와 함께 센서가 삽입된다. 언제 들어갔는지도 모를 만큼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이틀 정도는 팔이 살짝 뻐근하고 잘 때도 불편함이 있었지만, 3일쯤 지나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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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웠던 건 오히려 앱 설치와 데이터 연동이었다. 덱스콤 계정을 별도로 생성하고 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혼자 해결하기 쉽지 않겠다 싶었다.
CGM 데이터는 센서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 뒤 제조사 서버에 저장되는 구조다. 다른 건강관리 서비스와 연동하려면 계정 생성과 데이터 활용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혈당 데이터는 식사와 생활 패턴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여준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개인 건강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이 기기를 사용하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연동을 마치면 카카오헬스케어의 건강관리 앱 파스타(PASTA)를 통해 실시간 혈당 변동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수면 중 나타난 ‘저혈당’ 그래프
센서를 저녁 9시가 넘어 부착했다. 착용 후 약 30분간 데이터 보정 과정을 거친 뒤 측정이 시작됐다. 그날 밤, 잠을 자다 새벽에 저혈당 알림이 연달아 울렸다. 덕분에 첫날 밤은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그래프를 확인하니 수면 중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돼 있었다. 송곳처럼 뾰족한 형태였지만 짧은 시간 뒤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수면 중 센서가 눌리면서 나타나는 압박 저혈당(compression low)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센서 주변 간질액 환경이 압박되면서 포도당 농도가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현상으로, CGM 사용자들이 비교적 흔히 경험하는 사례다. 이런 증상은 착용 초기 이틀 정도에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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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반복된 ‘혈당 스파이크’
이번 체험은 어떤 음식이 혈당 스파이크를 만드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식단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평소 식습관 그대로 생활했다.
공복 혈당과 평균 혈당은 정상 범위였다. 파스타 앱은 하루 중 혈당 변동성과 평균 데이터를 제공해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열흘 동안 하루 한두 번꼴로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났다. 착용 기간이 지날수록 스파이크가 반복됐고, 최고 수치는 197mg/dL까지 기록됐다.
아침은 사과 한 개와 아몬드 한 줌 정도로 가볍게 먹는 편이라 혈당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점심이었다. 외식이나 분식류를 먹는 날이 많았는데, 점심에는 거의 매번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났다.
외식을 하면 집에서 먹을 때보다 식사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고, 집에서도 많이 먹었다 싶을 때 혈당이 더 높이 올랐다. 음식 종류만큼이나 식사량도 혈당 변화의 주요 변수로 느껴졌다.
떡볶이처럼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나 당이 첨가된 음료는 예상대로 혈당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떡볶이를 먹은 뒤 혈당은 158mg/dL까지 올랐고, 당도를 낮춘 음료를 마셨는데도 185mg/dL까지 상승했다. 특히 백설기를 먹었을 때는 그래프가 거의 즉각 반응했다.
평소에도 식사 후 목덜미가 묵직하고 혈압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혈당 그래프를 보면서 혈당 스파이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특히 식사 후 바로 카페로 이동해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 식사 후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그런 느낌이 더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났다. 구내식당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건강한 식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어쩌면 혼자 빠르게 식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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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커피와 얼그레이를 마신 뒤에도 혈당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을 때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주말에는 종일 먹고 눕기를 반복했더니 혈당이 평일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활동량이 혈당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체감한 날이었다.
소위 ‘거꾸로 식사법’이라 불리는 채소 먼저 먹기도 시도해 봤는데, 혈당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채소를 얼마나 먹어야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실제 식사에서 채소만 충분히 먼저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건 체감했다.
한식 위주의 식사를 기록하다 보니 앱에서 염분 섭취에 대한 경고가 자주 나타났다. 하지만 염분이 혈당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역시 알 수 없었다.
식사 후 산책은 혈당이 비교적 빠르게 낮아지는 것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식후 실내 자전거를 저강도로 20분 정도 탔을 때는 혈당 하락에 큰 영향이 없었다.
혈당 변화 기록, 생각보다 강한 자극
센서를 착용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혈당 변동 그래프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자극이었다. 다만 뭔가를 먹을 때마다 멈칫할 정도로 경각심이 높았던 처음과 달리, 착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긴장감이 점점 흐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혈당 그래프가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이런 것 아닐까?’ 하는 무뎌짐도 생겼다.
이번 체험에서 특히 유용했던 기능은 식단 기록 방식이었다. 음식 사진을 찍으면 메뉴를 자동 인식하는 기능인데, 초기 음식 인식 서비스와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부 음식은 인식되지 않거나 다른 메뉴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귀찮아서 건너뛰던 식단 기록을 계속 남길 정도로 편리한 수준이었다.
열흘간 착용을 마치고
센서를 제거할 때는 열흘 동안 단단히 붙어 있던 테이프를 떼느라 피부에 약간의 자극이 있었다. 제거 후 확인해 보니 약 0.5센티미터 길이의 유연한 섬유 형태의 센서가 피부에 삽입돼 있었다. 생각보다 길었고, 소량의 혈흔도 남아 있었다. 부착할 때는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실제로는 침습형 기기였구나 싶었다.
열흘간 체험을 마치고 든 생각은 이렇다. 혈당 스파이크는 특별히 잘못된 식습관이 아니더라도 발생했다. 조금 적게 먹었다 싶은 때는 스파이크가 없었지만, 정량이다 싶게 먹은 때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정식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CGM을 계속 착용하면 식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자극이 된다. 다만 혈당 수치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체험은 당뇨 진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생활 속 혈당 변화를 관찰한 사례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CGM은 식사와 활동에 따라 혈당 그래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다만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과 실제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결국 기기가 아니라 사람의 몫일지도 모른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