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보지 못했던 국내 여행지를 찾거나, SNS에서 소개된 새로운 지역을 방문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비룡폭포 같은 지역 명소에서도 이제 해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이준환 아고다 동북아시아 대표가 최근 체감하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다. 그는 2020년 아고다 한국지사 대표로 합류해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총괄하는 동북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다. 블룸버그 LP에서 글로벌 파트너 계정 총괄과 한국·홍콩·대만 지역 총괄을 거친 그는 데이터 분석과 현지화 전략을 경영의 두 축으로 삼는다. 서울 아고다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한국 시장 전략과 여행업계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바운드 31%, 국내여행 37%…두 수요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아고다 플랫폼 내 데이터는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2024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한국 인바운드 숙소 검색률은 31% 늘었고, 국내여행을 계획하는 한국인 여행객 수도 37% 증가했다. -
"인바운드와 국내여행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아고다는 한국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현재 아고다 내에서 높은 성장률을 견인하는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내여행 수요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24년 조사에서 이듬해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한국 고객은 약 10%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5년 같은 질문에는 약 50%가 국내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응답했다.
"해외여행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해외 여행지 검색률도 3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보지 못했던 국내 여행지를 찾는 동시에 해외로도 눈을 돌리는, 두 흐름이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죠."
영월 검색 178% 급증…"K-콘텐츠가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K-콘텐츠의 영향력을 빼놓지 않았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데이터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영화 개봉 이후(2026년 2월 4일~25일) 아고다 플랫폼 내 강원도 영월 숙소 검색량은 개봉 직전(1월 13일~2월 3일) 대비 178% 급증했다. 한국인 검색은 183%, 외국인 검색도 67% 뛰었다. -
"과거에는 인바운드 여행객들이 서울의 주요 호텔에 머물며 대표 관광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면, 오늘날에는 서울 외 지역으로 여행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여행 트렌드는 단순히 유명 놀이공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놀이기구를 타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K-팝과 K-컬처의 지속적인 글로벌 확산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지역을 방문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색다른 액티비티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은 이 흐름에서 경쟁력 있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모텔로 시작했는데, 외국인도 찾더라"
아고다의 한국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텔 예약 서비스다. 글로벌 OTA가 모텔을 정식 상품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는 이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의 산물이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사례로 설명했다. -
"모텔 서비스는 시장 특성을 반영한 한국 고객을 위한 전략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들 사이에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한국은 모텔과 호텔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해외 여행객 입장에서는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신속한 체크인·체크아웃이 가능한 모텔이 충분히 매력적인 숙박 옵션으로 인식됩니다."
한국 고객을 위한 서비스 고도화가 결과적으로 글로벌 고객에게도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대표는 아고다의 로컬라이제이션이 특정 기능 하나를 개선하는 수준이 아님을 강조했다.
"중요한 회의에서 '글로벌 시장 대상으로 이런 것을 해야 해'라고 논의하다가도,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한국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 도입, 네이버 지도 전환,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가독성 높은 폰트 적용까지, 서비스 전반에 걸친 현지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를 한국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을 통해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모텔 서비스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아고다의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의 바탕은 AI…절감한 비용이 다시 가격으로 돌아간다"
한국 여행자의 53%가 예산을 여행의 주요 고려 요소로 꼽는다. 아고다가 '합리적인 가격'을 핵심 가치로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가격 경쟁력의 구조적 기반으로 AI 기술을 꼽았다. -
"동일한 조건에서 숙소를 검색하더라도, 접속 시점과 이용자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노출됩니다. 이용자 개개인의 선호도와 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예약 전환율을 높이는 동시에 파트너 호텔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도 기여하며, 결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요금 제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도 자동화가 확대되는 추세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자동화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응대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절감된 비용은 다시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아고다는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딜 마스터(Deal Master)' 전략으로 표현한다.
개인화 서비스도 고도화 중이다. 삼성월렛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텔·항공 예약 내역을 삼성월렛에 직접 추가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며, 항공 예약 정보는 잠금화면에서도 확인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여권 보유율이 다르면, 플랫폼 전략도 달라진다"
동북아시아 대표로서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총괄하는 그에게 두 시장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여권 보유율이라는 뜻밖의 지표를 꺼냈다. -
"한국은 전체 인구의 60%가 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약 17% 수준에 그칩니다. 이는 일본의 경우 국내여행 니즈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여행 성향의 차이라기보다는, 각 시장이 선호하는 여행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두 시장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현지화라고 그는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일본 고객에게 맞게, 한국에서는 한국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구현하는 동시에, 해외 관광객들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컬라이제이션과 파트너십, 이 두 가지가 전부다"
2026년 아고다의 최우선 과제를 묻자, 이 대표의 답은 간결했다. -
"아고다가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것은 고객에게 가능한 한 폭넓은 상품과 다양한 가격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이와 함께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핵심입니다.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수록 더 다양한 상품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향후 여행 트렌드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다. "현지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이 같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고다를 포함한 OTA 업계 전반의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봅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