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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광화문을 울린다… K컬처, 수출에서 ‘발신’으로 진화

기사입력 2026.03.20 17:01
  • (왼쪽부터)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VP,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 개럿 잉글리쉬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넷플릭스)
    ▲ (왼쪽부터)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VP,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 개럿 잉글리쉬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넷플릭스)

    전 세계가 광화문을 향해 접속하는 순간이 내일(21일) 저녁 펼쳐진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가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되는 이 공연의 이름은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타이틀부터 선언적이다. 수천 년 구전된 민요의 이름을 앨범명으로 내건 아티스트가, 한국 역사의 중심축인 광화문 광장을 무대 삼아,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와 동시에 연결된다. 가장 토착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언어가 되는 이 역설 안에, 지금 K컬처가 향하는 방향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하이브, 빅히트 뮤직이 한자리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철학을 풀어놓은 오늘 사전 미디어 브리핑은,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문화 지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하는지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광화문’이라는 선택의 무게


    광화문은 조선의 법궁 경복궁 앞에 선 문이다. 600년 역사 속에서 이 공간은 권력의 상징이었고, 근현대에는 민주주의 요구가 분출하는 정치적 광장이 됐다. 그런 광화문이 이번에는 K팝의 발신지가 된다.

  •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광화문 선택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방시혁 의장은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BTS가 컴백한다면 그 시작점은 한국이어야 하고,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규모 있는 장소를 찾은 게 아니었다. BTS의 정체성 자체를 공간으로 구현하려는 의도였다.

    이 철학은 총괄 프로듀서 개럿 잉글리쉬의 연출 방향과도 맞닿는다. 그는 "경복궁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존중하면서 BTS의 현대적 비전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고, 동시에 가장 설레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공연 무대는 경복궁 앞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광장에 이르는 광범위한 공간을 아우른다. 역사의 층위가 쌓인 도심이 무대 세트가 되는 셈이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의 선택

    이날 BTS는 정규 앨범 'ARIRANG'을 발매했다. 4년여 만의 완전체 컴백 타이틀로 민요 아리랑을 택한 선택은, 음악적 결정이기 이전에 문화적 선언에 가깝다.

  • 빅히트 뮤직 VP 김현정은 앨범의 창작 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뿌리에서 출발했다. 지금 멤버들이 느끼는 감정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 안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했다. 뿌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에 두되, 전 세계가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BTS가 데뷔 이후 줄곧 걸어온 길의 연장선이면서, 4년의 공백 끝에 다시 세계를 향해 건네는 첫 인사이기도 하다.

    파편화된 시대의 '동시적 문화 경험

    이번 공연이 가지는 또 다른 문화적 무게는 '동시성'에 있다.

  • 넷플릭스 논픽션 시리즈 및 스포츠 부문 VP 브랜든 리그는 브리핑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옵션이 넘쳐나는 지금,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스트리밍 환경은 콘텐츠 소비를 개인화했지만, 동시에 집단적 문화 경험을 해체했다. 모두가 각자의 알고리즘 안에서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같은 시간 같은 무대를 함께 보는 경험은 점점 희귀해졌다.

    넷플릭스가 이 지점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라이브 이벤트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WWE, NFL, 권투에 이어 이번엔 K팝 공연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전 세계로 송출하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의 한국발 글로벌 라이브다. K드라마와 K영화를 세계에 소개해 온 넷플릭스가 K팝 라이브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 시점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플랫폼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됐음을 방증한다.

    유동주 대표는 이 공연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서 팬덤과 대중,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즐기는 경험은 문화적으로 희소한 경험이다. 이 희소한 경험을 글로벌로 전파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광화문에서 시작한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으로 동시에 송출되는 밤, 한국 문화는 또 한 번 그 좌표를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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