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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산은 '도시를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지하철역을 나서 얼마 걷지 않아도 능선에 닿고, 순간 도시는 전혀 다른 표정이 된다. 북한산의 암릉부터 인왕산의 도성길까지, 서울의 산들이 가진 제각각의 인상을 기록했다. 이 글이 독자들의 다음 산행을 앞당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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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북한산: 서울의 중심 산, 화강암 능선이 만드는 스케일
북한산은 '서울의 산'이라는 표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권을 아우르며 도심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백운대와 인수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암릉의 스케일은 여타 명산 못지않게 웅장하다. 편리한 접근성과 대자연의 풍경을 동시에 품은 이곳은 같은 코스를 걸어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조망이 변하기 때문에 반복 산행의 이유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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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꼽은 최고의 코스는 '숨은벽 코스'와 '의상능선'이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숨은벽능선은 북한산의 야성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구간에 들어서면 보행 위주의 산행에서 손을 쓰는 동작이 늘어나며 체감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밤골에서 출발해 백운대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왕복 약 5시간이 소요되며, 거친 암릉을 타야 하기에 등산화와 장갑 착용이 필수다. 암릉을 넘는 과정에서 바위의 거친 질감과 경사도를 몸으로 확인하게 되고, 능선에서 시야가 열릴 때 한눈에 들어오는 암벽과 도심 조망은 이 코스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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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능선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등의 뾰족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하는 난이도 높은 능선이다. 산행거리는 편도 약 4~5km로, '공룡능선'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쇠줄을 타고 손발과 온몸을 다 써야 지날 수 있는 구간들이 즐비하다.
이 코스의 묘미는 봉우리 간의 선명한 연결성에 있다. 한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도심 풍경은 멀어지고 산의 골격은 뚜렷해지는데, 이러한 시각적 변화가 산행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절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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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시간 만에 거대한 능선에서 빌딩숲으로 회귀하는 비현실적인 경험이 바로 북한산이 지닌 독보적인 인상이다. 이 글에 기록된 풍경들이 당신의 다음 산행을 이끄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 장지은 기자 jieun642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