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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 사업이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 등 기존 7개 은행에 더해 경남은행과 iM뱅크(전 대구은행)가 참여하면서, 총 9개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착수했다. 이번 단계의 핵심은 일반 이용자가 예금토큰 기반 결제 서비스를 실제 거래 환경에서 사용하며, 기존 결제 수단 대비 어떤 편의성과 효율성을 체감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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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단계 사업은 앞선 실증을 기반으로 한 확장 단계다. 지난해 4월 시작된 1차 실험은 비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같은 해 6월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재개된 실험에서는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의 발행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검증하며 시스템의 기초를 다졌다. 특히 지난해 8월까지 진행된 1단계에서는 약 8만 1,000명이 참여해 11만 건 이상의 실거래가 이뤄지며 초기 안정성과 수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참여 기관은 대형 시중은행에서 지역 거점 은행까지 확대되며, 디지털화폐가 전국 단위 지급결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용처 역시 기존에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 업종별로 제한적으로 운영됐던 것과 달리, 소상공인부터 대형 가맹점까지 전반으로 확대되며 보편적 통용 가능성을 시험한다.
특히 공공 재정 영역에서의 ‘프로그래밍 기능’ 적용 여부가 주요 검증 포인트로 꼽힌다. 지자체 보조금이나 바우처, 정책자금을 예금토큰 형태로 지급하고 지정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설정하는 구조다. 이른바 ‘용도 제한형 화폐’ 모델로, 자금의 목적 외 사용을 줄이고 지급·정산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실제로 부정 수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향후 실증 데이터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2단계 사업은 디지털화폐가 지급결제 시장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민간 결제와 공공 재정 영역을 아우르는 실증이 실제 효용을 입증할 경우, CBDC의 법적 지위와 제도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