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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고혈압을 출산과 함께 끝나는 일시적 합병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후 심혈관 질환 위험 신호로 관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곽순구 교수팀(서울아산병원 박찬순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은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57만 843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고혈압과 출산 후 장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고혈압을 겪은 산모에서 이후 심혈관 사건 위험이 더 컸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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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기반 자료를 활용한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연구팀은 임신 중 고혈압 질환을 ▲만성 고혈압 ▲임신성 고혈압 ▲전자간증/자간증 ▲중첩 전자간증 ▲불특정 고혈압 등 5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연령·비만·당뇨병·이상지질혈증·만성콩팥병뿐 아니라 소득 수준,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을 보정해 출산 이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추적했다. 중앙 추적 기간은 6.5년이었다.
분석 결과, 임신 중 고혈압 질환을 겪은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복합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1.62배 높았다. 발생률은 1000인년당 4.39건으로, 고혈압이 없던 산모(2.29건)보다 약 2.1건 더 발생한 수준이다.
세부 유형별로는 기존 고혈압이 있던 산모에게 전자간증이 동반된 ‘중첩 전자간증’에서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 경우 출산 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고혈압이 없던 산모 대비 2.93배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어 만성 고혈압군 1.81배, 불특정 고혈압군 1.61배, 임신성 고혈압군 1.53배, 전자간증/자간증군 1.50배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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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별로 보면 심부전과 뇌졸중 위험은 5가지 모든 유형에서 공통으로 증가했다. 반면 심근경색은 주로 불특정 고혈압군에서 유의한 관련성이 나타났고, 심방세동은 만성 고혈압군과 불특정 고혈압군에서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이는 임신 중 고혈압이 단일 질환이라기보다 이후 심혈관 위험 양상이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는 주로 전자간증을 중심으로 임신 이후 심혈관 위험을 다뤄왔으나, 이번 연구는 다양한 고혈압 유형을 구분해 장기 위험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특히 임신 중 고혈압이 출산 이후에도 장기적인 건강 위험과 연결될 수 있음을 대규모 국내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진행돼 임신 중 고혈압이 이후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연구 대상이 임신 전 2년 이내 국가건강검진 자료가 있는 여성으로 제한돼 있어 선택 편향 가능성이 있으며,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등 일부 교란 요인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임신 중 혈압 문제를 출산 이후 심혈관 건강 관리의 중요한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