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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사이판 본섬에서 경비행기로 30분을 날아가면 인구 약 1,900명의 작은 섬 로타(Rota)가 모습을 드러낸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에는 화려한 대형 리조트나 북적이는 쇼핑몰 대신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원시림과 투명한 바다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 9일, 로타 현지에서 만난 오브리 망글로냐 호콕(Aubry Manglona Hocog) 시장은 로타의 정체성을 ‘Nature’s Treasure Island(자연의 보물섬)’라는 문장으로 정의했다.
호콕 시장은 인터뷰를 시작하며 로타를 ‘루타(Luta)’라고 소개했다. 이는 차모로어로 로타를 부르는 본래 이름이다. 그는 "로타는 50~60년 전 괌이 가졌던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다소 고립되어 보일 수 있지만, 그 덕분에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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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타는 전 세계 다이버들 사이에서 ‘로타 블루(Rota Blue)’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새로운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투명도가 극도로 높은 바다 속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침선 ‘쇼운마루’와 신비로운 수중 동굴 ‘그로토’가 자리한다. 호콕 시장은 "최근 한국인 방문객들이 괌을 거쳐 로타의 다이브숍을 찾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향후 사이판을 경유해 로타로 들어오는 노선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타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이곳에는 차모로어로 ‘알로파(Alofa)’라고 불리는 독특한 인사 문화가 있다. 길에서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손을 흔들어 애정과 환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호콕 시장은 "로타에서 태어난 이들은 스스로를 ‘길리투스(Gilitus)’라고 부르며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오는 3월 21일 열리는 ‘길리타 페스티벌(Gilita Festival)’은 낚시, 요리, 전통 직조 등 로타만의 고유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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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로타는 방문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기금을 확보해 올해 안에 공항 확장 공사에 착수하며, 사이판과 괌을 잇는 도서 간 페리 운항 역시 2~3년 내 취항을 목표로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오랫동안 운영이 중단되었던 로타 리조트 재건 사업 역시 현재 공공토지부(DPL)와 민간 기업 간의 임대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색적인 산업 협력도 눈길을 끈다. 과거 일본 통치 시기에 심어진 커피나무들이 야생 상태로 자생하고 있는데, 일본의 유명 커피 브랜드 UCC가 이 독특한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호콕 시장은 "산호 지형에서 자라는 로타의 커피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라며 "현재 UCC와 협력해 이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매년 11월에는 커피를 테마로 한 철인 3종 경기인 ‘커피 마라톤’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변화도 준비 중이다. 섬 곳곳에는 QR 코드를 활용한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으며, 오는 6월까지 소라껍데기 소리가 나는 조각상 등 소셜 미디어 활용도가 높은 상징물들을 설치할 예정이다. 호콕 시장은 "로타를 ‘틱톡 친화적인 섬’으로 만들어,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섬의 매력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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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로타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호콕 시장은 망설임 없이 ‘단순함(Simplicity)’을 꼽았다.
"현대인들은 늘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로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삶이 얼마나 소박하고 평온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차모로인의 환대가 어우러진 시간이 방문객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단순함의 미학을 더 많은 한국 여행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 로타(북마리아나 제도)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