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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너' 이청아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용기라는 걸 배웠다"

기사입력 2026.03.14.08:01
  • 아너 이청아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숲 제공
    ▲ 아너 이청아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숲 제공

    "작품을 연기하다 보면 인물마다 남기고 가는 단어가 있는 것 같다. 저에게 현진이는 '연약함'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용기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지난 10일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이 종영했다. 극 중 행동파 변호사 '황현진'을 맡은 이청아는 작품 종영 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이제야 끝이 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번 작품 경우는 촬영이 막 끝난 뒤 바로 방영이 됐는데, 촬영장의 기억이 아직 몸에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오히려 얼떨떨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뜨거운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통쾌한 사이다 엔딩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과 그로 인해 야기된 진짜 현실에 주목하며 피해자들을 향해 '그럼에도 살아가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 이청아는 "시원한 전개로 악을 응징하는 드라마가 있다면, 저희처럼 어떤 한 사건을 풀어가며 그 안에서 각자의 정의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악의 카르텔이 끝났다면, 그것 또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이청아는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민감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라며 "부담감보다는 작품을 만들 때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떤 좋은 부분이 있을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청아는 이어 "또 내가 글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이 건드려졌는지를 생각한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거나, 아니면 감동을 받아서 마음이 건드려지는 것도 있다"라며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통해 건드려지는 부분이 있을 때 저라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실 '아너'를 선택하기 전에 소소한 일상에 대한 작품을 고민했는데,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고 느꼈고, 캐릭터적으로도 보시는 분들이 익숙하게 느껴온 모습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 황현진은 그동안 이청아가 보여준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였다. 때로는 의욕이 앞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며 '트러블메이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청아는 "어느 드라마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인물이 있다"라며 "'악'의 위치에 놓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세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왜 그러니' 하는 답답함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드라마의 갈등 구조이자 제가 맡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응원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었다. "의도대로 잘 된 것 같다"라며 이청아는 "사실 현진이 대사 중에 정말 울컥했던 신이 있어요. 친구들한테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하면서 선규 씨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을 한다. 그때 현진이는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기보다는 더 비겁해지지 않을 방법을 선택하려고 한다. 시청자가 현진이에게 면죄부를 준 이유는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알고, 책임을 지는 태도인 것 같다. 그런 태도를 갖는 것도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은 했다. '네가 지금 울 때가 아닌데', '울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래서 현진이를 연기할 때 마음껏 울지도 못했어요. 스스로 잘못했는데 뭐를 어떻게 하겠어요"라면서도 "극이라는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갈등이 있고 사건이 생긴다. 현진은 극이 가야 할 방향으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사건의 문을 열고 부딪히며 갈등의 축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진을 통해 사건으로 향하는 길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잘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 황현진이 연 사건을 수습하는 것은 강신재(정은채)와 윤라영(이나영)의 몫이었다. 이청아는 세 사람의 연대에 대해 "각각 떨어져 있을 때는 공통적인 부분이 보이면 좋을 것 같고, 같이 모였을 때는 제각기 달라 보이는 보완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제가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을 때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셨다. 현진이가 가진 매력을 보이려면 청아 씨의 러블리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가 러블리함이요?' 하고 반문했는데, 본인은 모르지만 분명히 있다고 확신을 주셨다. 그걸 몰라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저희가 같이 찍는 분량도 많았지만, 각개전투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더 각각의 캐릭터 화가 되어 있어서 시너지를 받았다"라며 "각자 찍는 상황에서도 늘 서로가 있어요. 제가 하는 행동에는 라영이와 신재가 있다. 똘똘 뭉쳐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 보니까 오히려 후반 부에 같이 찍는 신을 배치해 주신 것 같다. 그때 감정이 충분히 쌓인 상태로 만나니까 더 마음이 깊어지고 잘 표현이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세 사람이 한 팀이지만 현진이 처한 상황 때문에 친구들이 저를 보호하고 함께 수습해야 하는 순간들이 생긴다"라며 "그 과정에서 과거 사건이 드러나고 사실은 현진과 신재가 라영을 지키고 있었던 복합적인 감정도 보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주인공 모두 숨겨야 할 것이 있고 양심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지를 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을 묻자 이청아는 "제가 나약한 모습이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제가 가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 네거티브한 마음은 나만 알고 지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극적인 모습을 연기할수록 저라는 사람은 평평해진다고 느꼈다. 그래야 배우라는 직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런 것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솔직하게 감정과 속내를 내보이는 현진이를 연기하게 됐다. 내 약점을 다 보여주는 일이잖아요. 근데 그런 모습을 오히려 사람들이 용서를 하거나 연민해 준다는 것을 느꼈다. 현진이를 통해 내 연약함이나 나약함을 드러내면서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시즌 2를 기대하는지 묻자 "이야기는 안 나왔지만"이라며 웃음을 지은 이청아는 "저에게 언제 했던 작품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항상 제일 최근에 한 작품이다. 지금도 그 인물들이 실존한다면 또 어떤 사건을 해결하고 있겠죠. 어떤 캐릭터 하나가 만들어져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잘 만든 캐릭터를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시즌제도 좋은 것 같다.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고, 공감할 포인트가 있는 거니까 좋은 이야기라면 시즌제로 가는 것도 좋고, 그러한 좋은 이야기라면 당연히 배우로서 늘 합류하고 싶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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