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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넷'→'라이프 오브 파이'…사랑하는 이가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삶에 대하여

기사입력 2026.03.14.08:08
  • 영화 ‘햄넷’ 포스터,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공연 실황 /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에스엔코 제공
    ▲ 영화 ‘햄넷’ 포스터,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공연 실황 /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에스엔코 제공

    삶과 죽음은 인간이 오랫동안 탐구해 온 가장 근원적인 질문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관계를 이어가고, 언젠가는 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이러한 경험을 이야기와 이미지, 그리고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비쳐왔다.

    영화와 공연에서도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세기의 비극 뒤에 숨겨진 가족의 상실을 상상한 이야기부터 죽음을 떠나는 길에 동행하는 존재를 그린 영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가족 서사,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무대 작품까지. 상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삶의 시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 영화 ‘햄넷’ 스틸컷 /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 ‘햄넷’ 스틸컷 /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 세기의 비극 '햄릿' 뒤에 숨겨진 이야기, 영화 '햄넷'

    영화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 뒤에 한 가족의 상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온 아녜스와 마을의 교사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루지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은 상실을 경험하지만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누군가는 기억 속에 머무르며 고통을 견디고, 누군가는 창작과 삶 속에서 그 상실을 다른 형태로 마주한다. 작품은 역사와 문학의 이면에 존재했을지 모르는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문학사에 남은 거대한 비극 뒤편에 숨겨진 사적인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후의 시간, 그리고 그 상실이 삶과 창작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를 조용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의미를 더한다.

  • 영화 ‘꼭두 이야기’ 스틸컷 /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영화 ‘꼭두 이야기’ 스틸컷 /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죽음을 떠나는 길에 동행하는 존재, 영화 '꼭두 이야기

    영화 '꼭두 이야기'는 한국 전통 장례 문화 속에서 망자를 위로하는 존재인 '꼭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할머니 몰래 꽃신을 내다 판 수민과 동민은 쓰러진 할머니의 꽃신을 되찾기 위해 고물상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두 사람은 망자들을 위로하는 존재 '꼭두'가 있는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현실과 저승,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죽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작품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야기와 상상력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감정, 그리고 작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관객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으로 바라보는 동양적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 영화 ‘그녀의 전설’ 포스터 / 사진 : 기린 제작사, SCS엔터테인먼트
    ▲ 영화 ‘그녀의 전설’ 포스터 / 사진 : 기린 제작사, SCS엔터테인먼트

    ◆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가족 이야기, 영화 '그녀의 전설'

    영화 '그녀의 전설'은 제주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어머니를 찾아 나선 딸 유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녀였던 어머니는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뒤 발견되지 않고, 유진은 답을 찾기 위해 제주로 내려온다.

    그러던 어느 날 유진은 헛간에서 곰의 모습으로 돌아온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현실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기억과 관계를 이야기한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 속에서 작품은 남겨진 사람들이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감정의 연결을 동화적인 이미지와 함께 풀어낸다.

  •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포스터 / 사진 : 에스엔코
    ▲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포스터 / 사진 : 에스엔코

    ◆ 극한의 상황 속에서 묻는 삶의 의미,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가족이 이민을 떠나는 과정에서 배가 침몰하며 시작된다. 폭풍 속에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소년 파이는 구명보트 위에 남게 되고, 그곳에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위에서 소년과 호랑이는 서로를 경계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 삶을 붙잡는 방식과 신념, 그리고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배우 박정민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6) 이후 무대 위로 돌아온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배우 박강현과 함께 파이 역을 맡아 작품의 중심을 이끈다. 파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인 동시에 극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17세 소년 파이가 겪는 공포와 희망, 생존의 감정을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파이 이야기’로 알려진 작가 얀 마텔의 소설과 동명의 영화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대에서는 독창적인 연출과 시각적 장치를 통해 바다 위 생존의 여정을 표현하며 차별화된 감동을 더한다. 현재 부산에서 공연 중이며 오는 3월 15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삶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야기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은 작품마다 다르다. 어떤 작품은 상실을 기록하고, 어떤 작품은 상상과 환상을 통해 감정을 풀어내며, 또 다른 작품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삶의 본질을 묻는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들은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까. 네 편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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