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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덴바덴의 온천 휴양지에서 유럽 귀족들이 모여들던 19세기 말, 외트커 가문은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 인연이 시작점이 된 브레너스 파크 호텔 & 스파를 필두로, 오늘날 외트커 호텔(Oetker Hotels)은 전 세계 12개의 '마스터피스 호텔(Masterpiece Hotels)'을 운영하는 울트라 럭셔리 호텔 그룹으로 성장했다. 독일 가문이 소유한 유러피언 감성의 이 그룹은 스스로를 ‘피라미드의 정점’이라 표현하며, 쉐발 블랑(Cheval Blanc)과 함께 세계 양대 울트라 럭셔리 호텔 그룹으로 꼽힌다.
한국을 방문한 미키 마스야마(Miki Masuyama) 아시아 지역 글로벌 세일즈 총괄(Executive Head of Global Sales, Asia)이 오늘(13) 열린 미디어 런치에서 외트커 호텔의 철학과 각 프로퍼티의 최신 소식을 전했다.외트커 호텔이 자신의 호텔들을 '마스터피스 호텔'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어 그대로 '걸작'을 뜻하는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호텔 선정의 절대적 기준이다. 시설이 우수한 호텔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건축미, 문화적 맥락을 온전히 품은 채 해당 목적지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여야 한다는 뜻이다.
마스야마 총괄은 "이 호텔이 이미 마스터피스인가, 혹은 마스터피스가 될 수 있는가"를 새 호텔 선정의 첫 번째 질문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매력적인 입지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는다. 호텔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굴한다는 것이 외트커의 방식이다. -
외트커 호텔은 최근 기존 브랜드명 '외트커 컬렉션(Oetker Collection)'에서 '외트커 호텔(Oetker Hotels)'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외트커 가문이 식품·화학·해운 등 다양한 사업군을 운영하는 가운데, 가문 내 다른 계열에서 'Oetker Collect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호텔 그룹이 명칭을 내줘야 했다. 마스야마 총괄은 "운영 방식도, 철학도, 서비스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름만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정체성도 변함없다. 12개 호텔 중 8개가 유럽에 자리하며, 그룹명보다 각 호텔의 고유한 이름이 앞서는 전략을 유지한다. "우리는 체인 호텔처럼 개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호텔 한 채를 추가하기까지 최소 1년 반의 검토 기간이 소요되며, 역사성과 건축미, 지역적 맥락이 선정의 핵심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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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트커 호텔의 출발점이자 본거지인 브레너스 파크 호텔 & 스파(Brenners Park-Hotel & Spa)가 지난해 10월 재오픈했다. 배관과 배수 시스템 전면 교체를 위해 메인 건물을 2년 이상 완전 폐쇄한 끝에 이뤄진 재탄생이다. 호텔이 자리한 바덴바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인구 규모는 작지만 온천·카지노·오페라 하우스·미술관이 공존하고,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으며 6개의 골프 코스와 리슬링 와이너리,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인근에 포진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90분, 파리에서는 TGV로 스트라스부르까지 이동 후 차로 40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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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자리한 더 레인즈버러(The Lanesborough)에는 두 가지 새 소식이 있다. 하나는 시가 라운지의 신규 오픈이다. 런던에서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은 극히 드물다. 이 라운지에서는 빈티지 위스키와 코냑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하나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리틀 버틀러 부트 캠프(Little Butler Boot Camp)'다. 버틀러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더 레인즈버러에서, 아이들은 실제 버틀러를 따라다니며 짐 정리와 주차 보조를 돕고 영국식 에티켓(찻잔 잡는 법부터 테이블 매너까지)을 배운다. 럭셔리 호텔 문화를 차세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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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프스 쿠르슈벨에 위치한 라포제 쿠쉐벨(L'Apogée Courchevel)은 마스야마 총괄이 "눈 위의 생트로페"라고 표현할 만큼 활기찬 분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스키 실력에 관계없이 세 개 밸리의 다양한 슬로프를 매일 다른 코스로 즐길 수 있으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밀집한 미식 환경도 갖췄다. 이 호텔의 진면목은 서비스 디테일에 있다. 스키인-스키아웃 구조로 설계된 호텔에서 투숙객은 스키 룸에 앉으면 따뜻하게 데워진 부츠와 준비된 장비를 받는다. 스키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매직 카펫'이라 불리는 실내 에스컬레이터가 장비와 함께 객실까지 이동을 도와준다. 스키를 타지 않는 투숙객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슬로프 중간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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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광란의 20년대'에 문을 연 르 브리스톨 파리(Le Bristol Paris)는 지난해 개관 100주년을 맞았다. 외트커 호텔이 직접 소유하는 프로퍼티로, 파리 팰리스 호텔의 상징 중 하나다. 호텔은 100주년을 기념해 일부 스위트룸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며, 시르 트뤼동(Cire Trudon)과의 협업 캔들, 한정판 재즈 바이닐 레코드, 화보집 출간 등 다양한 기념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레 아틀리에 뒤 브리스톨(Les Ateliers du Bristol)'을 통해 호텔 내에서 직접 제분한 밀가루로 빵을 굽고 초콜릿과 치즈를 만들어 제공하는 미식 경험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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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트커 호텔이 미국에 처음 문을 연 더 비네타 호텔(The Vineta Hotel)은 플로리다 팜비치에 자리하며 브랜드의 11번째 마스터피스 호텔이다. 오픈과 동시에 뉴요커와 캘리포니아 여행객을 중심으로 예약 문의가 몰리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마스야마 총괄은 전했다.
외트커 호텔의 포트폴리오는 유럽의 역사 도시와 카리브해의 프라이빗 아일랜드, 브라질의 상파울루, 그리고 이번 미국까지 아우르게 됐다. 2027년에는 생트로페 인근 라마튀엘에 새로운 호텔이 문을 열 예정으로, 확장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