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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바코리아가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포낙 신제품 공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청기를 생활 기기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AI 기반 플랫폼이 적용된 신제품 발표와 함께 청각 기술의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윤경 소노바코리아 대표는 과거처럼 소리를 단순히 크게 들려주는 기능을 넘어, 실제 청취 환경에서 말소리를 구분해 또렷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처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소음과 말소리를 구분해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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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한 신제품에는 AI 기반 플랫폼 ‘인피니오 울트라(Infinio Ultra)’가 적용됐다. 소노바코리아는 해당 플랫폼이 청취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동으로 소리를 최적화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딥러닝 기반 음성 분리 기술을 통해 복잡한 소음 환경에서도 말소리를 추출하도록 했으며, 포낙 내부 시험 기준에서 이전 세대 대비 소음 속 말소리 이해력이 최대 24%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측정 조건과 제3자 검증 여부는 이날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처리 구조 측면에서는 듀얼 칩 방식을 채택했다. 소노바코리아는 딥소닉(DeepSonic) AI 칩셋이 기존 청각 처리와 360도 방향 음성 인식을 별도 칩으로 분리해 처리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해당 칩은 초당 77억 회 연산과 2,200만 개 이상의 학습 음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리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대비 정량적 성능 비교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술 고도화와 별개로 시장 현실은 낮은 착용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노바코리아는 이날 발표에서 국내 난청 인구를 약 300만 명으로 추정하며, 이 중 약 110만 명만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는 착용률이 정체되는 구조적 요인도 언급됐다. 보청기 구매 결정에 지인 추천이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기존 사용자가 소음 환경에서의 성능에 불만을 가질 경우 부정적 구전으로 이어져 신규 구매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술 고도화만으로는 착용률 정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청기를 의료기기에서 생활 기기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은 소노바코리아만의 전략은 아니다. 지난해 WS오디올로지코리아 역시 시그니아 브랜드를 통해 보청기를 청력 보조기기를 넘어 사용자 경험 중심의 웨어러블 기기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전반에서 정체성 전환을 모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업계가 제시하는 ‘생활 기기’ 전략은 낮은 착용률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나, 보청기를 장애 보장구로 보는 인식과 이에 따른 심리적 장벽은 여전히 시장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체성 전환 선언이 기술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