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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불안을 견디며…" [인터뷰]

기사입력 2026.02.28.00:01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배우 조인성은 1998년 한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학교3', 시트콤 '뉴 논스톱', 드라마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시리즈 '무빙', 영화 '비열한 거리', '모가디슈' 등 수많은 작품에 그의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그는 '잘생긴 청춘스타'에서 점차 '조인성식 연기'로 대중을 물들여갔다. 그리고 영화 '휴민트'에서 그는 국정원이라는 차가운 조직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뜨거운 피를 가진 인물로 자리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몰래 대한민국 국정원의 일을 수행하는 조 과장이라는 판타지는 어쩌면 배우 조인성에게 많은 부분 기대어 있다. 그래서 류승완 감독도 작품의 시작과 끝에 수미상관 형식으로 조 과장(조인성)이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을 넣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누군가와 이별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매일을 맞이하는 고단함이 '배우 조인성'이라는 사람의 무게에 실렸다. 조인성은 인터뷰에서 많은 말로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담담하게 답했고, 유머 한 스푼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휴민트' 현장에서 그러했듯 말이다.

  • 영화 '휴민트'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 영화 '휴민트'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Q. '휴민트'는 조인성으로 시작해서 조인성으로 끝난다. 이를 보여줄 때, 스스로 생각한 바가 있었을 것 같다.

    "조 과장은 국정원이라는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늘 하는 행위를 한다. 나열된 것들을 하나씩 넣고 일을 하러 나가는 거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피곤을 느끼고 생활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드라마 '미생'처럼, 출근은 사람의 일상이지 않나. 그 생활을 보여준 거다. 다음 날도 아마 조 과장은 그렇게 일어나 일을 하고 있을 거다. 직장인으로서의 고달픔과 피곤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Q. 조 과장 캐릭터를 위해 실제로 국정원에서 교육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국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처음 교육받았다. 핸드폰도 다 놓고 들어갔다. 총기 사격을 교육받았다. 교관분들께서 방탄조끼를 입고, 세팅이 된 상태로 계셨다. 진짜 멋있더라. 그분들께서 총을 맞아서 장전하기 힘들면, 무릎에 총을 껴서 장전하고, 그런 실전 훈련을 해주셨다. 그 부분은 '휴민트' 속 장면의 아이디어가 됐다. 그리고 제가 질문을 하긴 했다. '(시리즈 '무빙' 속) 김두식 같은 블랙 요원이 있습니까?'라고 여쭤보니 '국가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답하시더라. 그런 농담을 나누긴 했다. (웃음)"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Q. 총을 앞으로 들고 쏘는 것이 아닌, 총을 거꾸로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해외에서 촬영한 장면이었고, 제 첫 촬영 날이기도 했다.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그 분위기가 습득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 제 상대는 국내 액션스쿨 출신의 스턴트가 아니었다. 외국인이라 스타일이 달랐다. 무술 감독님께서도 '쟤넨 저걸 저렇게 하네?'라고 놀라실 정도였다. 그리고 외국인이라 서로 소통도 원활하지만은 않았다. '진짜로 때리고 들어올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깊게 들어온다. 그래서 제 불안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눈이 커지고 그런 것들이 리얼하게. 총을 거꾸로 쥔 타격 액션을 '베를린 때부터 해보고 싶었다'라는 이야기를 스치듯 들었다. 그걸 제대로 해보고 싶으셨다고. 연마가 필요했다."

    Q. 채선화(신세경)와의 감정은 없는 건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 그저 케미라고 불리는 화학적 작용인 것 같다. 노력으로 되거나, 노림수가 있지는 않다. '시카리오'에서 저도 그렇게 느꼈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이들의 몫이다."

  • 영화 '휴민트'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 영화 '휴민트'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Q. 조인성으로 인해 영화 '휴민트' 속 조 과장의 우아한 세계가 완성된 느낌이다.

    "액션 장면을 보면서 그런 리뷰를 들었는데, 저는 잘 모르겠다. '우아하게 해봐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액션에 큰 의의를 두고 하는 배우도 아니다. 사실 액션을 잘 모른다. 액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편도 아니다. 키가 큰 배우들도 많고, 또 외모적으로 훌륭한 분들도 많기에 제가 특별하다고 보인 적은 없다. 감독님께서 '액션 잘한다' 칭찬하시는데, 잘 모르겠다. 액션도 연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잘 쓰면, 분명 춤도 잘 출 텐데, 그렇지 않다."

    Q. 앞선 '휴민트' 언론시사회에서 예전에는 강한 연기를 해서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녹아들어 튀지 않지만 힘이 있는 연기"를 고민한다고 이야기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휴민트'의 문을 열고, 마지막 문을 닫을 때도, 조 과장은 일상에 있다. 어떻게 보면 안내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관객이 따라오며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연기가 너무 진하면 내 감정이 관객에게 감정을 요구할 것 같았다. 그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배우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까,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고민은 처음부터 있었다. 조 과장은 처음부터 액션이 있지 않나. 그 장면이 액션도 있지만, 조 과장을 보여줘야 했다. 국정원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두려움이 있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탈피해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 조 과장의 입체적인 면도 부각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당신을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라는 말에 맞게 대사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인성 / 사진 : NEW 제공

    Q. 그런 과정을 통해 '휴민트'에서 발견한 스스로의 성장이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의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오래 해왔다는 것은 새롭지 않다는 말의 연장선 같다. '그 안에서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고민은 계속된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보다,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나'를 보여줄 수 있다. 새롭게 연기하는 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가만히 있는 것도 진화 같다. 카메라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게 쉽지 않다. 표현이 안 된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그걸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있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연기를 안 하는 지점까지 가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한다. 개인의 발전보다 목표를 두는 거다. '가만히 있어 보자.' 그때의 내 모습을 바라본다."

    Q. 오래 해왔다는 건 새롭지 않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기대'가 높아지고 '신뢰'가 깊어진다는 말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노희경 작가님과 작업하면서 '가만히 있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상에서 대화할 때는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는데, 앵글 속에서는 가만히 있는 걸 못 하겠더라. 불안하니 무언가 행동을 하게 된다. 컵을 만지작거리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그것이 아닌 가만히 상대방을 보고 어른스럽게 연기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무조건 그 방법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연기 가치는 그쪽으로 두고 있기에 노력하는 편이다. 계기보다는 단순해지고 싶다. 생각도, 행동도. 지금 이 말을 하면서 손을 쓰고 있다는 건 불안하다는 거다. 이 말이 전달되고 있을까. 이런 자연스러움을 앵글 속에서도 갖고 싶다."

    조인성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의 길이보다, 오늘의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더 자주 들여다본다.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에도 몸의 기울기와 손끝의 움직임, 상대의 말을 듣는 자신의 표정까지 스스로를 점검한다.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그는 매일 아침 몸을 일으켜 또 하루를 견디는 사람이다. ‘휴민트’ 속 조 과장이 그러하듯, 고단함을 안고도 제 자리로 돌아와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그래서 조인성의 연기는 거창한 변화 대신, 어제보다 단단해진 오늘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조인성의 매일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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