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 탑재된 로봇, 아마존 물류 생산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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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단순한 챗봇이나 보조 도구의 단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진입했다.”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일본 에이전틱 AI GTM 리더의 말이다. 그는 25일 부산 벡스코 ‘2026 DSK 컨퍼런스’에서 에이전틱 AI 기술 발전으로 AI가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AI가 디지털 화면 밖으로 나와 로봇과 기계를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로까지 확장되면서, AI 혁신의 무대가 가상에서 현실 산업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심부름하는 AI’에서 ‘스스로 일하는 AI’로
에이전틱 AI는 기존 답변만 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행동하는 AI를 뜻한다.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찾아 실행한다. 사람이 매 단계를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린 리더는 AI가 지금까지 세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메일 요약이나 코드 정리처럼 사람이 시키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수준이었다. 그다음에는 단순 작업을 넘어 업무 전체 흐름을 스스로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지금은 여러 AI가 서로 협력해 인간처럼 추론하고 판단하는 완전 자율 시스템의 문턱에 와 있다. 그는 “이 전환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2024년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2032년 2000억달러(약 285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지난 1년간 두 배로 늘었다. 그린 리더는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혁신적인 AI 활용 사례의 90%가 아직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먼저 움직인 기업들은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로봇이 ‘느끼기’ 시작했다?!… 피지컬 AI의 현재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라이다 같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AI 시스템이다. 공장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에이전틱 AI가 디지털 업무를 자율화한다면, 피지컬 AI는 물리 세계의 작업을 자율화한다.
그린 리더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자사 물류 네트워크에 10억 번째 로봇을 투입했다. 여기에 투입된 ‘벌컨(Vulcan)’이라 불리는 로봇은 촉각 센서를 탑재해 물건을 집을 때 얼마나 힘을 줘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양말처럼 부드러운 물건과 전자기기처럼 예민한 물건을 구분해 쥐는 것이다. 그린 리더는 “벌컨은 매번의 작업에서 학습하고, 그 경험이 전체 네트워크의 모든 로봇에 동시에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로봇들이 서로를 가르치며 함께 진화하는 구조인 것이다.
훈련 방식도 달라졌다. 아마존은 엔비디아의 아이작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실제 물류센터를 디지털로 복제한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시킨다. 이를 통해 마커 인식 정확도를 88.6%에서 98%로 끌어올렸고, 개발 기간은 수개월에서 며칠로 단축됐다.
◇ 오지에서도 작동하는 AI… 위성이 완성하는 연결
피지컬 AI가 건설 현장이나 원양 선박처럼 통신이 어려운 환경까지 확장되려면 연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린 리더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 서비스 ‘아마존 레오(Amazon LEO)’를 소개했다. 3200기 이상의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해 지구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지연 속도 30~50밀리초, 다운로드 속도 최대 1Gbps 수준으로, 올해 총 20회의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자율주행 중장비 스타트업 ‘베드록 로보틱스’는 이 연결성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율주행차 개발사 웨이모 출신 팀이 설립한 이 회사는 기존 건설 장비에 2시간 만에 AI 키트를 장착해 자율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새 장비를 살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건설 노동자 50만 명이 부족하고 숙련 인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베드록 로보틱스는 기존 중장비를 AI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린 리더는 발표를 마치며 “추론할 수 있는 기계가 등장했을 때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도구는 이미 있고, 인프라도 준비됐다. 이제 한계는 상상력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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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