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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차전지 생산 설비 전문기업 (주)에너지테크솔루션(이하 ETS)이 유럽 배터리 기술 생태계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ETS는 스웨덴 정부 주도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 프로젝트에 핵심 산업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공동 연구 참여를 넘어, 유럽 차세대 배터리 산업화 전략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웨덴 에너지청이 주관하는 'BioGraphite–Silicon: Next-Gen Sustainable Anode through the Swedish LiB Innovation – ECO-SiGraf' 사업이다. 스웨덴 에너지청은 총 8600만 스웨덴 크로나(SEK)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사업은 3년간 진행된다. 목표는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용 바이오그래파이트–실리콘(Gr–Si) 음극 소재의 산업화다.
이 가운데 ETS는 연구실 단계에 머물러 있는 소재 기술을 실제 배터리 양산 공정으로 연결하는 '스케일업 준비' 역할을 맡는다. 이는 단순한 소재 개발 협력을 넘어, 공정 적용 가능성과 양산 연계성을 초기 단계부터 검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TS는 수십 년간 축적한 이차전지 전극·조립·공정 장비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그래파이트–실리콘 음극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라인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공정 안정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기술적 자문과 검증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ETS의 참여가 이번 프로젝트의 상용화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웨덴 배터리 가치사슬 강화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원료부터 소재, 공정, 전지 평가까지 전 주기를 포괄한다. ETS는 이 가운데 아시아 배터리 제조 현장의 실전 경험을 유럽 연구·소재 개발 단계에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컨소시엄에는 지속 가능한 흑연 음극 소재 기업 Talga AB, 실리콘-그래파이트 복합 음극 전문 Granode Materials AB, 플라즈마 공정 기반 소재 생산 기술을 보유한 Green14 AB,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 분리·정제 기술 기업 Lixea AB가 참여한다. 학계에서는 KTH 왕립공과대학교와 RISE(스웨덴 연구기관)가 소재 분석과 전지 성능 평가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ETS는 장비·공정 관점에서 산업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유일한 배터리 생산 설비 전문 기업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프로젝트의 킥오프 미팅은 지난달 2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RISE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ETS를 포함한 컨소시엄 참여 기관들은 역할 분담, 기술 개발 단계, 향후 실증 및 양산 연계 전략을 공유했다. 이후 Green14 AB의 반응기 시설을 방문해 소재 생산 공정과의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ETS의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두고, 한국 배터리 장비 기술이 유럽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 단계부터 표준화 논의에 참여하는 상징적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실리콘 음극은 공정 난이도가 높아 양산 전환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평가되는데, ETS의 경험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CO-SiGraf 프로젝트는 단순 연구 과제가 아니라, 실제 유럽 배터리 산업에 적용될 기술을 전제로 한다"며, "ETS의 참여는 해당 음극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상용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