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부터 우주복까지, 산업 경계 허무는 글로벌 전시 기회
한국 신청 40% 급증… 인력난 해결할 ‘AI 버추얼 동반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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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캔을 집어 올린 로봇이 몸통을 돌려 옆으로 옮겼다. 사람처럼 걸었지만, 손은 360도 회전하면서 제조업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의 전시 공간 플레이그라운드에서다.
이 로봇의 이름은 ‘테미스(THEMIS)’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트업인 ‘웨스트우드 로보틱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UCLA 로봇 연구실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이 세계 최대 엔지니어링 커뮤니티 행사에 로봇을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있었다. 3D CAD 소프트웨어인 솔리드웍스를 첫해 무료로 쓰게 하고, 3년간 단계적으로 지원하며, 글로벌 행사 전시 기회까지 여는 프로그램이다. 피지컬 AI 시대,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동력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에 해마다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 3년 지원, 첫해 무료…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용 통로
솔리드웍스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물리적 제품을 설계·제조·판매하려는 초기, 중기 단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매출·펀딩 합산 100만 달러 미만이면서 창업 3년 미만이면 얼리스테이지(Early Stage)로, 500만 달러 미만·5년 미만이면 스케일업(Scale-Up)으로 분류된다.
얼리스테이지 기업은 첫해에 솔리드웍스 3D CAD, 시뮬레이션, 데이터 관리 등 핵심 솔루션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년 차와 3년 차에는 할인율이 줄어드는 구조로, 기업 성장에 맞춰 비용이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소프트웨어 제공에 그치지 않고 무료 교육, 엔지니어의 설계 가이드, 공동 마케팅이 패키지로 제공된다.
◇ 휴머노이드부터 우주복까지, 산업 경계를 허무는 혁신
올해 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잡은 것은 단순한 로봇만이 아니었다. 솔리드웍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혁신은 지상과 하늘, 그리고 우주까지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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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스턴 기반의 ‘마그레브 에어로(Maglev Aero)’는 자기부상 열차의 원리를 전기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에 접목한 추진 시스템 ‘하이퍼드라이브(HyperDrive)’를 선보였다. 이들은 솔리드웍스 시뮬레이션을 통해 복잡한 자기부상 구동 설계를 검증하며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의 소음과 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차세대 선외활동(EVA) 우주복을 개발하는 ‘솔로슈츠(Solosuits)’ 부스도 있었다. 약 11kg(25파운드)에 불과한 초경량·고신축성 우주복 시제품은 세계적인 우주복 디자이너 닉 모이세프(Nik Moiseev)의 설계와 솔리드웍스의 정밀한 엔지니어링 도구가 결합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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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본업인 로봇 분야의 활약도 눈부셨다. 장 샤오광 웨스트우드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전시장에서 “로봇은 단 1g의 무게도 에너지 소비와 제어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며 “솔리드웍스의 토폴로지 최적화 기능 덕분에 물리적 프로토타입 제작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스타트업도 이 무대에서 저력을 증명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열린 행사에선 에니아이가 햄버거 조리 로봇 ‘알파그릴’을 공개했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는 지난 1월 인터뷰에서 “설계 단계에서 모든 상황을 가정하기 어려운 주방 환경을 고려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설계 변경과 검증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다쏘시스템의 플랫폼을 사용했다”며 “개발부터 제조, 필드 서비스까지 데이터가 끊김없이 연결되면서 실제 현장 환경에 맞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 한국 스타트업 신청 40% 증가… 버추얼 동반자가 피지컬 AI 지원
에니아이 사례가 증명하듯 국내에서 솔리드웍스 스타트업 프로그램의 관심은 높다. 배재인 다쏘시스템코리아 CRE 본부장은 “작년 기준 전년 대비 40% 넘게 스타트업 신청이 늘었다”며 “로봇 외에도 의료기기 등 하이테크 제조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수칫 제인(Suchit Jain)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 부사장도 “한국은 CES 2026 유레카 파크에서도 증명됐듯 스타트업 생태계가 매우 활발한 지역”이라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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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은 올해 행사에서 솔리드웍스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버추얼 동반자인 우라(Aura), 레오(Leo), 마리(Marie)를 공개했다. 버추얼 동반자는 다쏘시스템이 제시한 차세대 AI 협업 모델이다. 단순한 AI 기반 도구가 아닌, 사용자와 함께 학습하고 협업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디지털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AI 버추얼 동반자 기능은 올해 중반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작년에 처음 소개된 아우라는 이미 3D익스피리언스 웍스와 솔리드웍스에 탑재됐고, 레오와 마리도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30~40년간 축적된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데이터가 부족한 스타트업도 전문가 수준의 설계를 지원한다.
배 본부장은 “인력난을 겪는 스타트업에 AI 버추얼 동반자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보다 유연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신 설계 방법론인 ‘베스트 프랙티스’를 익히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조언했다.
- 미국 휴스턴=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