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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친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분까지 처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새벽에 일찍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돼 일상이 됐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불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증상 자체보다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생활 습관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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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원래는 뇌가 잠들어야 할 때 각성 신호가 차단되면서 깊은 수면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불면증에서는 각성 신호가 과도하게 유지돼 수면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각성 조절 이상은 단순히 불안·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신경 전달물질 시스템의 불균형과도 연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면 단계의 균형이 깨질 때
수면은 단계마다 역할이 다르다. 깊은 수면 단계인 서파수면은 뇌와 신체 회복, 면역 기능 유지, 노폐물 제거에 관여하고, 렘수면은 감정 조절과 기억·학습 정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두 단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충분히 잠을 잤다고 느껴도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정서적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불면증은 흔히 ▲개인의 취약성 요인 ▲불면을 시작하게 만드는 촉발 요인 ▲불면을 지속·만성화시키는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다. 나이, 성별, 가족력, 불안·우울 같은 심리적 특성은 취약성을 높일 수 있고, 심한 스트레스나 급성 질환, 통증은 불면의 계기가 되기 쉽다. 여기에 졸리지 않은 상태에서 침대에 오래 누워 있거나, 침대에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습관,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 잦은 낮잠 같은 행동이 더해지면 불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러한 요인은 개인마다 다르게 작용하며, 모든 불면이 같은 원인이나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환경·각성 조절도 함께 봐야
수면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깊은 수면에 들기 어렵고, 습도가 맞지 않으면 잦은 각성이나 호흡기 자극으로 수면이 방해될 수 있다. 계절이나 일조량 변화에 따라 수면 시간과 수면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신경과적 관점에서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기전의 불균형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잠들어야 할 시간에도 각성 신호가 과도하게 유지되면 수면 단계로의 전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는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수면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체계의 균형과도 연관될 수 있다.
수면제는 ‘회피’보다 ‘원칙’
만성 불면증의 경우 약물 치료에 앞서 자극조절 요법, 수면 제한 요법, 이완훈련 등 인지행동치료가 우선 권고된다. 이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습관과 인식을 교정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수면제 사용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수면제는 필요할 때 적정 용량을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장기간·고용량 사용이나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할 때 인지 기능 저하나 낙상 위험 등 부작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나이 탓’보다 생활 습관 점검부터
나이가 들면 깊은 수면이 줄고, 수면·각성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감소한다. 여기에 기저질환으로 인한 통증, 야간뇨, 복용 중인 약물 등이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불면을 모두 나이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생활 습관과 동반 질환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기상 시간 유지, 낮 동안의 가벼운 활동과 햇볕 노출, 늦은 오후 낮잠 피하기, 취침 전 카페인·과도한 음주·강한 빛 자극 줄이기 같은 기본적인 관리가 도움이 된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게 유지하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윤 교수는 “건강한 수면은 뇌 건강과 정신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며 “나이 탓으로 방치하기보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