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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닌 이야기를 남기세요”... 설 연휴, 부모와 나누는 대화가 진짜 유산

기사입력 2026.02.06 15:34
  • 사진 제공=봄름출판사
    ▲ 사진 제공=봄름출판사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늘고 있지만, 정작 부모와 자녀 간 깊은 대화는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화 단절이 누적될수록 사별 이후 유품 정리 과정에서 상실감과 후회가 커질 수 있다며, 명절을 계기로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명절이면 부모님 댁 거실에 TV가 켜져 있고, 부모는 집안일과 뉴스 시청에 집중하는 반면 자녀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익숙하다.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도 “더 먹어라”, “배불러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처럼 일상적인 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품 정리 과정에서 뒤늦게 ‘이야기’를 발견하며 후회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박모(53)씨는 유품을 정리하다 반지 케이스 안에서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1978년 네 아버지가 첫 월급 타서 사준 것. 그때 우리 참 가난했는데, 이걸 내밀면서 쑥스러워하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단 두줄이었다. 

    유품정리 전문가 K씨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는다고 했다. 그는 “유족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정작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라며 “값비싼 가구나 귀금속을 두고 다투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정리가 다 끝나고 나면 ‘이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대부분 같은 말을 한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가족 인터뷰’, ‘부모님 자서전 쓰기’ 서비스가 늘고 있다. 전문 작가가 부모님을 인터뷰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비용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다만 스마트폰 녹음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명절에 대화를 나누며 녹음 앱을 켜두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하면,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부모도 금세 옛이야기에 몰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죽음의 정리(döstädning)’ 역시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남길 이야기를 정리하고 전달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런 내용을 주제를 다룬 콘텐츠들도 근래 많이 선보이고 있다. 도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가족들이 떠맡을 당신의 잡동사니를 미리 정리하는 기술(메시 콘도 저, 토마토출판사)’은 정면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물건 대부분은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는 다르다. 물건을 남기지 말고, 지금 살아있을 때 당신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남겨라.”

    올해 설 연휴가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 가지 실천을 제안한다. 부모님 댁 어딘가에 있는 오래된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 “이거 어디서 난 거예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고 묻는 것이다. 값비싼 그릇이나 귀금속보다 더 오래 남는 유산은 결국 함께 나눈 대화와 그 안에 담긴 가족의 기억이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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