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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의 영상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MRI 운영 인력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실제 검사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원격 판독을 뒷받침할 디지털 인프라와 품질 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보건복지부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료 취약지 등에서 MRI를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영상의학과 전문의 근무 기준을 완화한다고 6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3월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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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정에 따르면 MRI를 설치·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주 4일, 32시간 이상 전속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MRI 설치와 검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했고, 특히 의료 취약지에서는 인력 확보가 어려워 MRI를 설치하고도 운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일, 8시간 이상 비전속으로 근무하는 형태로도 MRI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원격 판독 시스템의 확산 등 의료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인력 기준을 현실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편은 원격 판독 체계 확산이라는 환경 변화를 제도에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상주 여부보다 판독 체계와 데이터 전달 구조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지는 흐름이 제도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인력 기준 완화를 통해 의료 취약지에서 MRI 운영을 가로막아 온 현실적 제약을 조정했다는 점에서는 접근성 개선 가능성이 있다. 응급·중증 환자 발생 시 영상 검사 지연을 줄일 여지도 있다.
다만 접근성 개선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원격 판독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고용량 영상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과 표준화된 PACS, 판독 지연을 최소화할 운영 체계가 필수다. 의료 취약지 의료기관 간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판독 품질이나 검사 효율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품질 관리와 책임 구조 역시 과제다. 비전속 근무와 원격 판독 중심의 운영 체계에서는 판독 지연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체계가 명확히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복지부가 입법예고문에서 품질 관리제도 강화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관리·평가 방안은 향후 마련돼야 한다.
의료 인력 구성에 미치는 중장기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전속·원격 판독 운영이 확대될 경우, 의료 취약지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이 줄고 판독 업무가 대형 병원이나 판독 센터로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인 운영 유연성이 장기적인 지역 의료 역량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 설계와 관리가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 의료계와 전문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인력 기준 완화가 정책 목표인 의료 취약지 MRI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 완화와 함께 디지털 인프라 구축, 품질 관리 체계 정비가 함께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