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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폐렴구균 예방 전략에서 소아 예방접종은 안정 단계에 접어든 반면, 성인,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 전략은 재점검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소아 NIP, 높은 접종률로 질병 부담 크게 낮춰
현재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소아 대상 폐렴구균 단백결합백신(PCV)을 정규 일정으로 접종하고 있다. 생후 2·4·6개월 기초 접종과 12~15개월 추가 접종으로 구성된 이 일정은 전국적으로 정착됐으며, 1세 소아의 폐렴구균 접종률은 90%대 후반(약 9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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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존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은 많이 감소했다. 다만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혈청형 대치(serotype replacement)’ 현상 역시 국내외 연구와 감시 자료에서 공통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는 소아 예방접종 전략이 일정 성과를 거둔 이후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성인 예방접종, 단일 전략의 한계
반면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23가 다당백신(PPSV23) 1회 무료 접종을 국가 예방접종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과거 접종 이력이 있는 경우 추가 접종은 권고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감시 자료와 연구에서는 고령층에서 폐렴 및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부담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음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서도 폐렴은 고령층 사망 원인 상위권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백신·단일 연령 기준 중심의 현재 전략이 고령층 내 다양한 위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는 ‘나이+위험 요인’ 기반으로 세분화
해외에서는 이미 성인 폐렴구균 예방 전략이 위험 요인 중심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성인 폐렴구균 접종 권고를 나이뿐 아니라 면역저하 여부, 만성질환 유무 등 위험 요인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특히 15가·20가 단백결합 백신 도입 이후, 고위험군 성인에서의 예방 전략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권고안을 조정해 왔다.
이는 단순히 접종률을 높이는 문제를 넘어, 어떤 성인 집단에서 어떤 백신 전략이 효과적인지를 중심으로 접근 방식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게중심 이동’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일부에서는 폐렴구균 예방 전략의 무게중심이 소아에서 성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는 소아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약화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소아 NIP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성인 예방 전략의 상대적 공백이 더 또렷해졌다는 맥락에 가깝다.
실제로 국내 학술 논의와 정책 토론에서는 소아 예방접종 성과를 유지하면서도,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역학 자료와 위험 요인을 반영한 예방 전략 보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결국 폐렴구균 예방의 과제는 ‘접종 대상 확대’보다는 나이·질환·면역 상태에 따른 정밀한 접근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아에서 쌓은 예방접종 성과를 기반으로, 성인 예방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정책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