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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진우 카이스트 교수 “5년 내 사람 손 가진 휴머노이드 등장”

기사입력 2026.02.05 21:57
피지컬 AI는 아직 초기, 관건은 ‘밀리미터 단위 손동작’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디지털트윈이 상용화의 열쇠
韓 제조 데이터가 기회...인재·데이터·인프라 중요
  • 신진우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가 피지컬 AI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신진우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가 피지컬 AI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5년내 사람의 손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가 우리 곁에 올 것입니다. 10년내에는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겁니다.”

    신진우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가 피지컬 AI가 화두인 지금, 가까운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AI 3대 학회에서 국내 최다 논문 실적을 보유한 그는 “로봇이 병뚜껑을 따고 나사를 돌리는 밀리미터 단위의 정교한 작업을 구현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며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재 양성과 데이터 정책 완화,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교수는 국내 AI 연구를 대표하는 석학이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3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본격적으로 AI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는 “원래 전공이 전산 수학이었는데 공대 교수로 부임하다 보니 응용의 연구도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운이 좋게도 2013년은 딥러닝이 등장하며 기계학습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의 연구는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분산컴퓨터 시스템에서 최적의 충돌 방지 알고리즘에 대한 30년 수학 난제를 해결해 ‘Best Publication in Applied Probability Award‘를 수상했다. 2015년에는 아시아 기관 소속 최초로 미국 컴퓨터 협회(ACM) 시그매트릭스 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젊은 과학자상(Rising Star Award)’을 받았다. AI 분야 3대 학회(NeurIPS, ICML, ICLR)에 최근 10년간 논문 92편을 발표해 국내 1위, 세계 10위권의 연구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IT 학술상 중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2025 운당학술상’ 학술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현재 그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실(ALIN-LAB)’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스타트업 리얼월드의 수석 과학자이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장을 맡고 있다. 한국 정부와 뉴욕대가 협력해 설립한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의 한국 대표 연구자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이러한 업적에 대해 “학생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교수의 역할”이라며 “실제 논문을 쓰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웃었다.

    ◇ “피지컬 AI, 현재는 초기 단계… 정밀한 손동작 관건”

    신 교수는 10년 후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고도로 지능화된 로봇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하지만 아직 피지컬 AI 분야 로봇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이어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서 선보이는 휴머노이드들이 걷거나 뛰는 동작을 과시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손을 이용한 정교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쉽게 하는 병뚜껑 따기, 나사 돌리기 등 밀리미터 단위의 정교함을 따라하는 것이 현재 로봇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다. 그는 “발차기나 걸어 다니는 것은 AI 기술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AI가 진짜 필요한 부분은 학습 환경과 실제 환경이 다를 때 예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개 손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해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가 5년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현재 산업 현장에서 룰 베이스로 작동하는 로봇은 정해진 위치의 정해진 물체만 다룰 수 있지만, AI 기반 로봇은 예외 상황에 사람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피지컬 AI 연구를 크게 로봇 하드웨어, 피지컬 AI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디지털트윈 세 가지로 구분했다. “자동차 레이서가 좋은 차를 타야 더 나은 운전 스킬을 키울 수 있듯 로봇 AI 연구에도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라며 “로봇용 챗GPT라 할 수 있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어떤 하드웨어에든 적용 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 모델은 인터넷 데이터로 학습하지만 로봇은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학습해야 한다”며 “가상 환경에서 충분히 학습한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디지털트윈 방식으로 학습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물리적 공격… LLM보다 더 위험할 수도”

    신 교수는 피지컬 AI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위험성이 있다고 답했다. LLM에서 할루시네이션이 일어나는 것처럼 100번 중 한 번은 로봇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예측 불가능하게 작동할 경우 물리적으로 사람을 치거나 공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실제로 연구실에서 로봇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반경 몇 미터 접근 금지를 가이드를 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야 실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안전성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초창기라 이런 이슈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성능이 올라갈수록 관련 법규와 연구자 윤리 등 다양한 이슈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로봇의 폭력성 제어가 이미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거짓말을 하거나 인간을 때리는 등 폭력성을 가질 수 있다”며 “안전한 로봇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가 아주 큰 토픽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로봇의 성능 자체가 위협이 될 정도로 높지 않아 위험성 연구가 활발하지 않지만 성능이 어느 궤도에 올라오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진우 KAIST 교수가 “피지컬 AI는 정밀한 손동작이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신진우 KAIST 교수가 “피지컬 AI는 정밀한 손동작이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韓, AI 경쟁력 피지컬 AI에서 기회 잡아야”

    그의 연구실은 언어 모델, 영상 생성 모델과 함께 피지컬 AI를 균형 있게 연구하고 있다. “이 세 분야가 예전에는 따로 연구됐지만 요즘 AI 트렌드는 이들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로보틱스를 하려면 영상 처리와 언어 처리 기술이 필요하고, 영상 생성 모델도 언어 처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피지컬 AI는 아직 초창기 단계라 연구할 것이 많고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가장 주력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한국에게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언어·영상 모델은 이미 기술 격차가 있지만 피지컬 AI는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한 분야”라며 “제조 강국으로 공장 데이터 수집에 유리한 산업 구조와 HW·SW를 모두 다루는 풀스택 역량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완성품을 잘 만드는 강점을 살린다면 미국, 중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와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로봇은 실제 물리적 데이터가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정부 주도와 엔비디아 방한 등으로 GPU 확보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6개월간 분위기가 바뀌어 한국 독자 파운데이션 프로젝트 이후 한국 모델이 세계 20위권에 3개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인재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KAIST는 2030년까지 교원 50명 확보를 목표로 매년 5명씩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는 UC 버클리 출신으로 일론 머스크의 xAI에서 일하는 95년생 교수가 부임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수한 인재들을 잡을 수 있는 당근책과 좋은 연구 환경,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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