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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이가 건강기능식품 코너를 찾는다. 선택지는 수십 가지다. 성분도, 기능도 제각각이다. 장 건강, 면역 기능 등 모두 좋아 보이지만, 어떤 제품이 선물 받는 사람에게 맞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예전엔 홍삼 하나면 됐는데.”
이런 고민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건강기능식품을 ‘무난한 선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 그 무난함의 기준은 이전만큼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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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선물, 달라진 선택 구조
건강기능식품 명절 선물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을 전하기에 무난한 선물이라는 이유로 홍삼을 중심으로 한 건기식은 오랫동안 ‘무난한 선택’으로 자리해 왔다.
다만 이런 ‘무난함’ 속에서도 개인차는 존재했다. 선물로 주고받던 홍삼 역시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체질에 따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기대만큼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이 명절 선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특정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기초적인 건강을 두루 챙긴다는 목적이 강했고, 개인별 차이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명절을 앞두고 유통가에서 제시하는 선물 목록만 봐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기능과 목적에 따라 빠르게 나뉘고 있다. 면역, 혈행, 수면, 장 건강, 관절, 눈 건강 등 목적이 보다 뚜렷해졌고, 대상도 나이와 생활 습관, 건강 상태에 따라 구체적으로 변했다. 프로바이오틱스만 해도 기능과 균주가 다양해 선택 기준은 한층 복잡해졌다.
같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선물은 구조적으로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무난한 선택’이 통하던 영역은 눈에 띄게 좁아졌다.
선택의 책임이 커진 이유
요즘 건강기능식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이 목적 중심으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욱 정확한 선택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다만 선물이라는 맥락에서는 의미가 달라진다. 선물은 본질적으로 상대의 상태를 완전히 알지 못한 채 이뤄지는 선택이다. 기능이 나눠질수록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도 함께 늘어난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지만, 일부 성분은 복용 중인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장 건강을 고려하더라도 배변 활동 개선이 필요한지, 면역 기능 보완이 목적인지, 어떤 균주가 적합한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이런 가능성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무 생각 없이 고르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환경이 됐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 정도면 무난하다”는 기준이 통했지만, 지금은 그 기준 자체가 이전만큼 명확하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이 달라졌다기보다, 선택에 요구되는 신중함이 커진 셈이다.
무난함에서 신중함으로
건강기능식품은 여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의미는 무엇을 고르냐보다는 어떤 태도로 고르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건강을 생각했다’는 메시지만으로 충분했다면, 지금은 ‘당신에게 맞는지 한 번 더 생각했다’는 태도가 중요해졌다. 요즘 챙기고 있는 건강 관리나 복용 중인 제품이 있는지 선물 받을 사람에게 직접 묻는 것도 한 가지 선택이다.
우리가 여전히 무난하게 고르는 건강기능식품은 더 이상 '무난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무난한 선물이었던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신중함이 요구되는 선물이 됐다.
※ 본 기사는 건강기능식품 소비 인식 변화를 다룬 일반 정보로, 특정 제품의 효능이나 복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