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로보틱스·하이테크 활용도 세계 최고 수준”
그림 대신 ‘물성’ 계산하는 AI 공개… “기초 물리 지식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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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CES 유레카 파크에서 확인하듯, 한국은 로보틱스와 하이테크 분야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국가입니다. 기술 인지도와 활용도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피지컬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최상위 단계에 있습니다.”
수칫 제인(Suchit Jain)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 한국을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동력이자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지목했다. 단순히 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것을 넘어, 속도와 정확성을 모두 갖춘 한국 제조 생태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 로보틱스 강국 한국, ‘빨리빨리’ 넘어 ‘정교한 AI’로 승부
제인 부사장은 한국 제조 문화가 가진 역동성을 피지컬 AI 도입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기술 도입 수준을 세 단계로 나누면 한국은 이미 기술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세 번째 단계에 있다”며 “현재 다쏘시스템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특유의 빠른 속도가 자칫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이었다. “한국은 이미 제조 분야에서 충분히 앞서 있으며, 피지컬 AI 도입을 통해 속도와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의 로봇 공학과 하이테크 기업들이 다쏘시스템의 물리 기반 AI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그림 그리는 AI는 쉽다, 진짜는 물리학을 계산하는 AI”
한국이 도입 중인 피지컬 AI의 실체는 무엇일까. 제인 부사장은 다쏘시스템이 선보인 AI 에이전트 아우라(Aura), 레오(Leo), 마리(Marie)가 시중의 일반 대형언어모델(LLM)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AI는 쉽지만 제조 가능한 3D 설계를 뽑아내는 AI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도전”이라며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AI가 아니라, 지난 30년의 물리학 데이터와 엔지니어링 맥락을 계산하는 AI 동반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3D 모델을 만드는 것은 제조에 필요한 정밀도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여전히 인간 엔지니어의 가이드와 물리적 계산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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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은 인간의 영역”… AI 부조종사 시대의 엔지니어링
AI가 5분 만에 최적의 설계안을 내놓는 환경에서 엔지니어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제인 부사장은 AI를 일자리를 뺏는 위협이 아닌 ‘최고의 코파일럿(부조종사)’로 정의했다. “디자이너가 해석 전문가를 찾아가던 시간을 절약해 줄 뿐, 어느 쪽도 대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같은 발견은 탄탄한 기초 물리학 위에서 탄생했다”며 AI 시대일수록 기초 엔지니어링 지식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챗GPT로 에세이를 쓸 때 주제를 모르면 의미가 없듯, 엔지니어도 시스템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AI가 내놓은 답을 검증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상상력은 컴퓨터에게 가르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며,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AI라는 강력한 동료를 활용해 더 큰 혁신을 상상할 것을 당부했다.
- 미국 휴스턴=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