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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 AI로 설계-검증 장벽 허물다

기사입력 2026.02.04 05:39
시뮬리아 CEO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설계-검증 사이클 실시간 완료”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의 결합 ‘모드심’, 설계 최적화 새 차원
대화형 AI ‘레오’… 복잡한 설정부터 결과 해석까지 자연어로 해결
  • 미쉘 애쉬 다쏘시스템 시뮬리아 CEO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설계자가 실시간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미쉘 애쉬 다쏘시스템 시뮬리아 CEO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설계자가 실시간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다쏘시스템이 40년간 축적한 시뮬레이션 기술에 인공지능(AI)을 결합,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있다.

    미쉘 애쉬 다쏘시스템 시뮬리아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 미디어세션에서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설계자가 실시간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에 몇 주가 걸리던 설계-검증 사이클이 이제 몇 분 안에 완료된다”고 밝혔다. 자전거 프레임 제조사 얼로이는 이 기술을 도입한 후 프로토타입을 50% 줄이고 시장 출시 시간을 25% 단축했다.

    시뮬리아는 다쏘시스템의 시뮬레이션 전문 브랜드다. 올해 20주년을 맞았지만, 핵심 솔버인 ABAQUS, CST, PowerFLOW 등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항공우주, 방위산업, 하이테크, 의료기기 산업 고객들이 매일 이 솔버를 사용해 제품 성능을 예측한다. 전 세계 1600명의 인력 중 절반이 연구개발(R&D)에 투입되며, 미국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독일 담슈타트, 프랑스 리지 등 글로벌 R&D 센터에서 솔버를 지속 개선하고 있다.

    ◇ 풍동에서 가상 테스트로… 시뮬레이션이 바꾼 제품 개발

    항공우주 산업은 오랫동안 실제 항공기를 여러 대 제작해 테스트해 왔다. 시험 비행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비행했고, 일부 기체는 추락했다. 살아남은 기체를 수천 시간 운영하며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차량을 벽에 충돌시키며 안전성을 확인했다.

    시뮬레이션은 이 한계를 넘게 했다. 애쉬 CEO는 “시뮬리는 인공적으로 바람을 만드는 대형 풍동 시설 없이도 비행기와 자동차의 공기역학 테스트를 가능케 했다”며 “실제 실험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 지출을 줄였을뿐 아니라 테스트용 프로토타입 제작 비용도 아꼈다”고 설명했다.

    시뮬리아는 플라스틱 제조에도 사용된다. 한 플라스틱 병 제조사는 압축 테스트를 위해 매년 수천 개의 병을 만들어 찌그러뜨리는 테스트를 반복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으로 병의 내구성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더 이상 병을 낭비하지 않게 됐다. 비용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애쉬 CEO에 따르면, 시뮬리아는 구조(낙하 테스트), 유체(공기·물 흐름), 전자기(배터리 간섭), 모션(움직임 제어), 진동음향(소음·진동) 등 5개 물리 도메인을 다룬다. 

    산업 간 지식 교차 적용도 활발하다. 아이폰 낙하 테스트에 사용된 구조 해석 기술이 의료 분야인 ‘리빙 하트 프로젝트’로 확장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쏘시스템은 리빙 하트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심장처럼 작동하는 가상 심장 모델을 개발했다. 심장 근육의 움직임(구조), 혈액의 흐름(유체), 심장의 전기 신호(전자기)를 모두 통합해 시뮬레이션한다.

    애쉬 CEO는 “몇 달 전 리빙 하트 2.0을 출시하면서 전기 시스템을 추가했다”며 “중국의 심장 전문의들이 ‘이제 진짜 심장처럼 작동한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가상 심장은 의료기기 개발과 심장 질환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그는 “한 산업에서 배운 것을 다른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시뮬레이션의 힘”이라며 “이 지식과 노하우가 AI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 모드심+AI, 수천 개 디자인 실시간 탐색 가능

    다쏘시스템의 핵심 전략은 ‘모드심(ModSim, Modeling & Simulation)’이다.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기존 프로세스는 협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례로 설계자가 디자인을 완성하면 시뮬레이션 전문가에게 보낸다. 전문가는 시뮬레이션을 돌려 성능을 검증한다. 통과하면 좋지만, 대부분 첫 시도에서는 실패한다. 설계가 다시 설계자에게 돌아간다. 이 과정은 5~6차례 반복됐고, 사이클마다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됐다.

    애쉬 CEO는 “제품 출시 기한이 18개월이라면, 이런 사이클은 수만 번 반복된다”며 “결국 2~3번 검증하고 ‘충분히 괜찮다’ 싶으면 넘어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모드심은 이 구조를 바꾼다. 설계자가 CAD 툴로 디자인하면, 시뮬레이션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설계 변경이 즉시 시뮬레이션으로 검증된다. 애쉬 CEO가 시연한 배터리 케이스 예시에서는 파라미터를 조금만 바꿔도 즉시 구조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서 설계 최적화는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 ‘버추얼 트윈 물리 행동(Virtual Twin of Physics Behavior)’ 모델이 대표적이다. 수천 개의 파라메트릭 시뮬레이션을 돌려 만든 AI 대리 모델이다.

  • 델핀 제누브리에 시뮬리아 R&D 시니어 디렉터는 “배터리 케이스로 수천 번의 구조 테스트를 실행해 대리 모델을 생성하면, 설계자가 파라미터를 바꿀 때마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 델핀 제누브리에 시뮬리아 R&D 시니어 디렉터는 “배터리 케이스로 수천 번의 구조 테스트를 실행해 대리 모델을 생성하면, 설계자가 파라미터를 바꿀 때마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델핀 제누브리에 시뮬리아 R&D 시니어 디렉터는 “배터리 케이스로 수천 번의 구조 테스트를 실행해 대리 모델을 생성하면, 설계자가 파라미터를 바꿀 때마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자는 이제 몇 분 안에 자신의 디자인이 통과할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통과하면 “더 작게 만들 수 있을까? 금속을 덜 쓸 수 있을까?”를 즉시 테스트한다. 2~3개가 아닌 수백, 수천 개의 디자인 옵션을 탐색할 수 있다.

    애쉬 CEO는 “AI 모델을 만들 때 과거 데이터를 쓸 수도 있지만, 모드심으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데이터는 과거 설계에 갇혀 있고, 맥락이 불완전하다”며 “합성 데이터는 설계 공간을 확장할 수 있고, 모든 맥락과 추적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리아는 38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설계 변수를 다루는 대리 모델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애쉬 CEO는 “이건 수학적으로 보면, 그 물리 행동 안에서 통과 가능한 모든 설계의 표면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자연어로 작동하는 AI 버추얼 동반자 ‘레오’

    다쏘시스템은 에이전틱 AI 기반 버추얼 동반자인 ’레오’와 '아우라', ‘마리’를 공개했다. 이중 레오는 시뮬레이션의 진입장벽을 허문다.

    애쉬 CEO가 소개한 영상에서 사용자는 의료기기 낙하 테스트를 하고 싶어했다. 시뮬레이션 경험은 전혀 없었다. 사용자는 레오에게 자연어로 물었다. “낙하 테스트 시뮬레이션의 주요 단계가 뭐야?” 그러자 레오가가 단계를 설명했다. 사용자는 바로 다음 업무를 요청했다. “낙하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설정해 줘.”

    레오는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메시(mesh, 시뮬레이션을 위한 3D 모델 분할)를 자동 생성하고, 사용자에게 물었다. “부품들이 서로 붙어 있나요, 아니면 따로 떨어질 수 있나요?” 사용자가 “따로 떨어질 수 있어”라고 답하자, 또 물었다. “바닥이 어떤 재질인가요? 카펫인가요, 딱딱한 바닥인가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레오는 “이 시뮬레이션으로 무엇을 추적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고, 사용자가 “응력과 변형”이라고 답하자 자동으로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했다. 몇 분 만에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준비됐다.

    제누브리에 디렉터는 “레오는 네 가지 핵심 역량을 갖췄다”며 “시뮬레이션 설정, 모델 구축, 결과 해석, 그리고 소프트웨어 오류 메시지를 실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의 민주화도 중요한 가치다. 제누브리에 디렉터는 “회사 안에는 비정형 지식이 많다”며 “일례로 존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잘 알고, 메리는 저 애플리케이션을 잘 안다. 하지만 문서화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는 이 흩어진 지식을 구조화해서 모든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레오의 자매 버추얼 동반자인 아우라는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돕는다. 제누브리에 디렉터는 “엔지니어에게 보고서 쓰기는 가장 재미없는 일”이라며 “아우라가 이를 자동화하고, 회사 지식이나 다쏘시스템 솔루션 지식을 활용해 내용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애쉬 CEO는 끝으로 자전거 프레임 제조사 얼로이 사례를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얼로이 엔지니어는 과거 제품 개발에 1~2년이 걸리고,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최종 제품이 시장에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경쟁사가 먼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지켜본 경험도 많다. 하지만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도입한 후 상황이 역전됐다. 프로토타입 수를 50% 줄였고, 시장 출시 시간을 25% 단축했다. 경쟁사보다도 제품을 먼저 출시하게 됐다.

    애쉬 CEO는 “고객들이 우리 솔버를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제 세계와 비교해 어떻게 예측하는지 수십 년간 지켜봤다”며 “이 신뢰성이 쌓여 있기에, 우리 AI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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