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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다쏘시스템 ‘산업 AI 동맹’, 리얼 월드 AI 시대 연다

기사입력 2026.02.04 04:20
25년 파트너십 이래 최대 규모 협력, 11경 원 ‘재산업화’ 인프라 시장 정조준
“현실보다 1만 배 빠른 물리 AI”… 70조 원 AI 팩토리도 가상서 먼저 검증
엔지니어는 AI 군단 이끄는 ‘지휘관’, 개인화된 AI가 숙련도와 전문성 보호
  • 엔비디아와 다쏘시스템은 ‘리얼 월드 AI’를 산업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하며 25년 협력 관계 중 최대 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 /김동원 기자
    ▲ 엔비디아와 다쏘시스템은 ‘리얼 월드 AI’를 산업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하며 25년 협력 관계 중 최대 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 /김동원 기자

    “대형언어모델(LLM)은 인공위성을 띄우거나 비행기를 설계하지 못합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제조·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의 절대 강자 다쏘시스템이 ‘산업 AI’의 판을 바꾸기 위해 손을 잡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 텍스트 위주의 일반 생성형 AI가 아닌,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리얼 월드 AI’를 산업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했다. 물리법칙과 중력, 마찰을 이해하고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만 배 빠르게 예측하는 AI를 뜻한다.

    엔비디아와 다쏘시스템은 이날 이 기술을 통합하는 25년 협력 관계 중 최대 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는 함께 무대에 올라 70조원짜리 AI 공장부터 테니스화 한 켤레까지, 모든 것을 가상세계에서 설계·검증하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 물리 법칙 깨우친 ‘리얼 월드 AI’ 등장

    엔비디아와 다쏘시스템의 이번 파트너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25년 협력 관계 중 최대 규모다. 다쏘시스템의 카티아, 솔리드웍스, 시뮬리아 등 전 제품군에 엔비디아의 쿠다(CUDA)-X 가속 라이브러리, 피지컬 AI, 에이전틱 AI, 옴니버스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통합한다.

    젠슨 황 CEO는 “25년 전 우리의 파트너십은 오픈GL로 시작했고, CGFX라는 기술을 발명했는데 이것이 쿠다의 전신”이라며 “이제 컴퓨팅 플랫폼을 재발명하면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트너십의 배경으로 진행 중인 AI 인프라 구축 붐을 꼽았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에너지·전기·인터넷이 그랬듯이 이제 AI가 많은 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컴퓨터 공장, AI를 제조하는 AI 공장 등 세 가지 거대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은 “1기가와트(GW) AI 팩토리는 약 500억 달러(약 72조원) 규모이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수십 기가와트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약 85조 달러(약 12경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설계·시뮬레이션·검증·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이 필요하며,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고 AI로 구동될 것이기 때문에 버추얼 트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자사 AI 팩토리를 다쏘시스템의 MBSE(Model-Based Systems Engineering)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다. 젠슨 황은 “실제로 땅을 파기 전에 버추얼 트윈 안에서 네트워크를 실행하고 슈퍼컴퓨터를 가동해 본다”며 “이를 통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 “여러분이 하는 놀라운 일들이 없다면, 우리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실현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다쏘시스템 출장기자단
    ▲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에서 “여러분이 하는 놀라운 일들이 없다면, 우리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실현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다쏘시스템 출장기자단

    AI 팩토리에는 AI가 성능과 전력, 온도, 냉각을 최적화하며 운영한다. 이 운영 루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AI 팩토리의 디지털 트윈이 영구적으로 작동하며 모델을 훈련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로즈 CEO는 “엔비디아와 함께 우리는 버추얼 트윈 팩토리와 AI 팩토리를 결합한 지식 공장(Knowledge Factory)을 제공한다”며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70조 원짜리 공장도 ‘클릭’ 한 번에 검증

    젠슨 황 CEO는 “과거에는 설계에 시간의 3분의 1을, 물리적 제작에 3분의 2를 썼다면, 미래에는 시간의 100%를 디지털 세상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테니스화 한 켤레부터 자동차, 자동차를 만드는 로봇, 로봇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공장 전체까지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로 정의될 것이라며, 시뮬레이션과 검증을 완벽히 마친 뒤에야 현실에 구현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장 운영에서 피지컬 AI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래에는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설계하고 만드는 공장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모든 공장이 완전히 버추얼 트윈 안에서 시뮬레이션되고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장은 하나의 물체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물체”라며 “로봇 AI를 실행해 로봇들이 공장 안에서 물건을 조작하고, 조립하고, 이동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것까지 시뮬레이션하거나 에뮬레이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이 시작됐다. 달로즈 CEO는 BMW 사례를 소개하며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을 엔지니어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 시스템이 이미 가동 중일 때 자율화 경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첫날부터 자율화 경로를 설계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며, 결과적으로 훨씬 더 유연하고 회복력 있고 적응적인 공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는 충돌 시뮬레이션과 공기역학, 차량 성능을 차량 프로그램 개발 초기 단계에 통합했다. 달로즈 CEO는 “엔지니어들이 단순히 형태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behavior)을 설계하고 우리가 이를 인증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프랑스 벨 그룹이 생물학적 세계 모델을 기반으로 비유제품 단백질을 자동 생성하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위치타 소재 미국 항공산업 국립연구소(NIAR)가 버추얼 컴패니언을 활용해 항공기 인증에 필요한 1만 개 이상의 요구사항을 자동으로 검증하고 있다. 달로즈 CEO는 “이제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련 규정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컴플라이언스 바이 디자인(설계 단계 규제 자동 검증)’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40년 전 다쏘시스템이 가졌던 비전이 실현되고 있다”며 “세계가 재산업화되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업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에 이 파트너십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 엔지니어, ‘노동자’에서 ‘AI 군단 지휘관’으로

    젠슨 황 CEO는 엔지니어 미래에 대해 “어떤 이들은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반대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모든 설계자는 자신만의 ‘가상 동반자(Virtual Companions)’ 팀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엔지니어는 관리자이자 건축가, 창조주가 되어 여러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지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쏘시스템은 이번 행사에서 버추얼 가상 동반자 ‘아우라(Aura)’, ‘레오(Leo)’, ‘마리(Marie)’를 공개했다. 비즈니스 전략을 담당하는 아우라, 엔지니어링과 제조 검증을 맡는 레오, 과학 지식을 제공하는 마리 등 각각 다른 역할과 전문성을 가진 AI 동반자다.

    젠슨 황은 구체적인 업무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AI 가상 동반자 팀에게 “내가 탐색한 영역 말고 다른 부분들도 조사해 둬”, “이 조건에 맞춰서 설계를 최적화해 둬”, “내일 아침까지 디자인 시안 10개 뽑아 놔”라고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날 돌아오면 AI가 준비한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을 것이라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세밀하게 다듬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AI 가상 동반자의 개인화와 지식 보호도 강조했다. 젠슨 황은 “당신의 AI 동반자는 당신의 숙련도, 취향, 습관, 그리고 전문 지식을 암호화해 학습할 것”이라며 “이 동반자는 클라우드에 있지도 않고, 공개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 이메일함을 보면 어떤 면에서 지난 33년간의 제 지식과 전문성이 담겨 있다”며 “그것은 모두에게 공개되지 않고, 오픈소스도 아니며, 제 감성과 지식을 많이 담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미래에는 모두가 자신의 지식과 감성을 체계화하는 동반자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스스로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하드 워커(Hard Worker)’에 비유해 “나는 확실히 솔리드 워커(Solid Worker, 솔리드웍스 사용자이자 성실한 일꾼)”라고 농담하며 현장의 엔지니어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 “여러분이 하는 놀라운 일들이 없다면, 우리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실현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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