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헌신으로 완성한 복합미의 정수”
더블 캐스크가 만든 균형과 복합미의 결정체…전세계 단 20병 출시
-
50년의 시간이 빚어낸 풍미는 단순히 오래된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장인의 손길과 숙성 과정, 그리고 자연의 개입이 축적된 결과다. 아벨라워 50년은 1970년 증류돼 반세기 가까이 숙성된 위스키로, 스페이사이드 증류소가 지켜온 장인정신과 역사를 한 병에 담아낸 작품이다. 전 세계 단 20병만 병입된 초희소 위스키로, 이번 한국 출시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를 기념해 방한한 아벨라워 마스터 디스틸러 그레임 크뤽생크는 한 병의 위스키가 품은 시간의 가치와 브랜드의 철학을 국내 애호가들에게 직접 전했다. 크뤽생크는 40년 넘게 위스키 제조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다. 1980년대 초 아벨라워 증류소에 입사한 이후 증류와 숙성, 캐스크 관리 등 위스키 제조 전 과정을 책임져 왔다.
그는 “위스키 제조에 우연은 없다. 아벨라워 50년은 1970년 당시 최상의 원액과 캐스크를 선별했던 스승 제임스 플레밍의 선구안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병의 위스키에는 알코올 이상의 것이 담긴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증류소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장인들의 수많은 선택과 기다림이 함께 녹아 있다”고 덧붙였다.
-
아벨라워 50년은 오크 캐스크 속에서 5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완성됐다. 숙성 과정에서 매년 약 2%의 원액이 자연 증발하는데, 이를 업계에서는 ‘천사의 몫’이라 부른다. 크뤽생크는 “아벨라워 50년은 긴 세월 동안 증발을 견디고, 캐스크의 풍미를 끝까지 흡수한 극소수의 원액으로 완성된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아벨라워의 맛을 규정하는 핵심은 더블 캐스크 숙성 방식이다. 유러피언 오크 셰리 캐스크와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각각 숙성한 원액을 혼합해 병입하는 매링 과정을 통해 하나로 완성한다. 그는 “셰리 캐스크는 건과일과 다크 초콜릿, 스파이스 같은 깊이를 부여하고, 아메리칸 오크는 바닐라와 꿀, 크리미한 질감을 더한다”며 “서로 다른 오크의 개성을 조화롭게 결합해 균형 잡힌 복합미를 구현하는 것이 아벨라워의 장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풍부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복합적이면서도 조화로운 구조.
이 균형 잡힌 복합미가 바로 아벨라워만의
위스키 스타일이자 특징이라 생각합니다.연산별 특징도 이 철학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12년은 아벨라워 스타일의 기준점이라면, 14년과 16년으로 갈수록 셰리 캐스크의 영향이 뚜렷해지며 풍미의 층이 두터워진다. 크뤽생크는 개인적으로 16년산을 더블 캐스크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구현된 제품으로 꼽았다. 그는 “18년은 숙성감이 더해지며 질감이 한층 농밀해지고, 50년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복합미가 절정에 도달한 최종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
아벨라워 50년의 풍미는 복합적이다. 잘 익은 살구와 레드 애플, 배의 과실 향으로 시작해 토스티드 헤이즐넛과 시나몬의 은은한 여운이 이어진다. 피니시에서는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바닐라, 스템 진저가 조화를 이루며 길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제품 구성 역시 증류소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현대 가구 디자이너 존 갈빈이 제작한 오크 캐비닛에는 실제 아벨라워 숙성 창고에서 채석한 화강암 조각이 포함됐다. 크뤽생크는 “이 화강암은 창고 유산의 일부다. 위스키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아벨라워가 지켜온 공간과 환경의 역사를 함께 향유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시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언급했다. 그는 “위스키는 한 사람이 만드는 술이 아니다. 증류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준과 팀의 경험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우리는 캐스크마다 온도와 습도, 공기 흐름까지 점검한다. 이런 작은 요소들이 수십 년 후 병 속 위스키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
지속가능성 역시 아벨라워가 중시하는 가치다. 지역 원료 사용, 에너지 효율 개선, 물 사용 절감 등 환경을 고려한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페이사이드 지역 사회와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크뤽생크는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장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40년 커리어를 돌아보며 그는 가장 인상 깊은 위스키로 아부나흐 셰리 캐스크를 꼽았다. 그는 “처음 캐스크를 열었을 때 느낀 진한 건과일과 다크 초콜릿 향은 지금도 생생하다”며 “서로 다른 셰리 캐스크 원액을 레이어링 해 완성하는 방식은 아벨라워 스타일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시장에서 셰리 캐스크 풍미와 캐스크 스트렝스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곧 선보일 아부나흐 셰리 캐스크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크뤽생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들은 맛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스토리와 철학까지 이해하려 한다”며 “아벨라워 50년을 통해 시간과 장인정신의 가치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세기에 걸친 증류소의 철학과 장인들의 헌신이 한 병 속에서 결실을 맺은 아벨라워 50년. 이번 한국 출시는 아벨라워가 ‘시간과 장인정신이 만든 복합미’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