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3~5년… “엔터프라이즈 성공사례 확보해야”
AI는 DX와 달리 도입하면 반드시 전환…신뢰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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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기업 인공지능(AI) 전환의 결정적 분기점입니다. 지금 제대로 된 사례를 만들지 못하면 한국 기업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진요한 LG CNS AI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30일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AI SEOUL 2026’에서 올해가 한국 기업의 AI 전환(AX)의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큰 성공 사례가 엔터프라이즈에서 나와야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센터장은 기업의 AX는 디지털 전환(DX)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DX 시절엔 ‘코딩을 배워야 한다’, ‘데이터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연어로 코딩하고 전략을 짤 수 있다”며 “다만 개인이나 스타트업의 AI 활용과 기업·기관은 다르다는 인식이 없으면 시간만 잃는다”고 경고했다.
진 센터장이 주장하는 가장 큰 차이는 모델의 성격이다. 그는 “AI 모델은 확률적이고 발산형”이라며 “브레인스토밍할 때 80개씩 아이디어를 내주지만, 기업은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추천할지, 대출 금리를 몇 퍼센트로 할지 등 명확한 답을 내려야 하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책임자(CEO)의 발언을 인용하며 “오늘의 답과 내일의 답이 다르면 어떻게 쓰냐”면서 “‘신뢰성(reliability)’이 기업 AI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진 센터장은 기업들이 지난 2024년 기업 문서를 AI로 학습시키는 PoC(개념검증)는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작년 말 챗GPT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가 나오면서 문서가 아니라 기업 시스템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문서만 가지고 일하지 않는다. HR 시스템, 구매 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간에 검색증강생성(RAG)만 들어가서는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워크플로우를 대신할 수 있는 똑똑한 시스템, ERP·HR·R&D와 연결될 수 있는 지식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LG CNS는 작년 하반기 ‘에이전틱웍스(AgenticWorks)’라는 플랫폼을 발표했다. 기업 데이터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무 에이전트, ERP 에이전트 등 필요한 AI 에이전트들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다. 진 센터장은 “모델 적합성 검증, 데이터 튜닝, 개발, 배포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며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Cohere)와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의 3년 내 AI 전체 전환 로드맵과 전환 관리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경기도 교육청의 500만 학생·학부모가 사용할 한국어 AI 모델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진 센터장은 “성능에서 1등을 했다”며 “이제 중요한 건 교육 효과에 어떻게 기여하느냐”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기업의 AI 전환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전략으로 △일의 재설계 △업무 효율화 관점 △중장기 청사진 △‘5% 성공 기업’에 대한 집중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는 한 부서 안에서 최소 10개, 많게는 1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환경을 전제로 업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하루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복잡한 업무를 하나씩 AI로 대체하는 접근보다는, 어떻게 하면 숏컷을 만들고 전체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성능과 비용, 시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일럿 프로젝트에만 머무르지 말고 명확한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성능 검증보다 중요한 것은 3~5년 뒤 우리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에 대한 그림”이라며 “AI를 통해 전혀 다른 금융, 다른 교육, 다른 외교 행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난해 ‘AI 프로젝트의 95%가 실패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대상은 5%의 성공 기업”이라며 “AI는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특히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기업일수록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엔터프라이즈 기업이 바뀐다는 것은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하는 조직이 바뀌는 것과 같다”며 AI 전환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진 센터장은 AI 전환을 도입의 문제가 아닌 ‘전환’의 문제로 보라고 강조했다. “도입을 안 하면 안 했지, 도입했는데 전환이 안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DX는 도입만 하고 전환이 안 될 수 있었지만, AI는 다르다. 전환을 목표로 한 기술이기 때문에 도입하면 반드시 전환된다”고 말했다.
- 유덕규 기자 udeok@chosun.com